인간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데 반대로 기업의 수명은 급속히 짧아지고 있다. 20대에 배운 기술로 평생 먹고 사는 시대가 지난 것이다. 인간의 문명과 기술이 발달할수록 생물학적·육체적 능력보다 문화적·지적 역량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말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어려서부터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문화가 있는 삶,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많은 분야에서 각자 행복을 추구하겠지만 문화예술 분야만 놓고 본다면 집 밖을 나서 조금만 가면 재미있고 멋진 공연을 볼 수 있고,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손을 잡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나들이 가고, 저녁에 연인과 함께 소극장에서 지역 배우들의 열정을 느끼며 행복한 삶을 가지는 것,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자연스럽게 일상화 되면 그 도시가 행복한 도시이자 문화도시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시에서도 시민이 즐길 수 있도록 문화예술분야에서 그간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도 시민 개개인에게 피부로 와 닿게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우리 시에는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과 자연환경을 많이 갖추고 있다.

개관 15년의 전통과 명성을 얻고 있는 `대전예술의전당`에서는 품격 높은 전문공연을 제공하고, `시립미술관`에서는 세계 유명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연중 내내 감상할 수 있으며, 대전 문화예술의 아이콘이라고 할 만큼 자랑스런 `이응노미술관`도 있다. `시립박물관`에서는 지역의 역사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공연을 통해 지역의 커뮤니티 공간으로써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공공문화예술 공간만으로는 시민의 문화적 욕구를 다 채울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문화예술 정책도 시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지만 일정공간으로 시민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모이는 곳에는 늘 문화예술 공연이 있는, 다시 말해 찾아가는 공연이 활성화 될 필요가 있고, 우리시 문화예술정책 방향도 이 점에 좀 더 주안점을 둘 예정이다.

3대 하천, 대청호, 소공원, 학교강당, 복지관과 주민센터 등 비록 전문공연시설은 아니지만 이러한 자원을 활용할 예정이며, 이들 공간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활동무대로 제공함으로써 시민에게는 친근하게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게 하고,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창작활동 기회를 넓혀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입맛은 사춘기까지 먹었던 음식에서 결정되고, 문화적 취향은 20대 초반까지 유행한 사조에 지배를 받으며, 세계관은 20대 까지 접했던 가치체계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어렸을 적부터 문화예술을 접하고 자라온 세대가 중장년이 되었을 때에 자식들의 손을 이끌고 전시·공연을 관람 하는 문화가 정착 되었을 때 그 도시가 진정한 문화도시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문화도시 대전을 만들기 위해 이제 지역 문화예술인과 함께 힘을 모아 나가고자 한다. 시민들께서도 조금만 더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정해교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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