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로 개발된 첫 한국형 발사체(KSKV-2)의 새 이름이 `누리`로 정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최첨단 기술의 집대성인 우주왕복선의 모든 디자인 조건들이 말 두마리의 엉덩이 사이즈 때문 결정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주왕복선의 주연료 탱크 양 옆에는 두개의 고채 연료 로켓 부스터가 있다. 이 부스터는 유타주의 싸이오콜이라는 회사로 부터 열차를 이용해서 운반해야 했다. 그런데 운반중에 터널을 지나와야 했기 때문에, 부스터의 크기를 철로의 폭에 맞춰서 디자인했다. 미국 철로의 폭은 4피트 8.5인치다. 그 이유는 영국의 철도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했기 때문이고 이 철도폭은 마차바퀴 사이를 재던 게이이와 연장들 때문에 마차폭에 기인했고 이 마차폭은 로마제국 당시 전차의 폭에 맞춰서 모든 마차가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로마제국의 전차 폭은 말 두마리의 엉덩이 크기에 맞춘 것이었다. 결국 말 두마리의 엉덩이 크기가 궁극적으로 우주왕복선의 디자인을 결정한 것이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한번 정해준 기준, 사회적 통념, 제도, 규제, 패러다임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며, 깨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R&D에서도 이러한 고정관념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실증은 R&D 창출성과의 기술사업화 등 활용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능성·사용성 등을 검증하는 후속 R&D`개념으로만 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증은 R&D 전주기 단계(개념수립, 설계 및 개발, 시제품 제작, 시험, 양산 및 운용 등)에서 필요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연구결과물이 점점 더 대형화 복잡화해지고 난이도가 올라감에 따라 상용화율이 하락하고 있고, 연구개발은 성공해도 이를 사업화하는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화 실패도 공급자 입장에서 연구개발 각 단계에 맞는 상품화에 대한 필요한 성능, 신뢰성, 사용자 테스트가 충분히 실증되지 못하고 다음 단계로 진행되는 원인이 가장 크다.

실증에 기반한 정부R&D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몇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지금까지 간과해온 R&D기획단계의 실증을 통한 구체화이다. 한번 정해진 과제제안요청서(RFP)를 R&D과정중에 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다. 따라서 우리가 먼저 풀어야할 문제는 RFP가 적절한가?. 목표제품의 요소기술 및 신기술이 적정한가? 여부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목표 등의 유효성을 테스트베드 및 기술시연 등을 통해 우선 검증하고 추가 확보 할 요구기술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을 기초-응용-개발 단계로 구분하고 개발단계가 끝나야 최종 상용화 산출물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즉, 최종 단계전까지는 사업화 가능성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기술 축적도 어렵고 개발해도 시장에서 활용할 수 없다. 린 스타트업의 최소기능제품(MVP)을 R&D목표설정에 응용해보자면, R&D 각각의 단계마다 MVP를 목표로 제시해야한다. 그래야 연구개발 성과가 사장되는것을 막고 각 단계 성과물이 경제적성과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갖고 우리 삶에 바로 기여할 수 있다.

셋째, 실증을 통해 주관기관 선정 및 최종평가를 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과제 선정 및 최종평가시 편의상 서면 및 발표 평가에 의존했다. 여기서 벗어나 기술준비도(TRL), 현장에서 작동하는 시제품 및 연구결과물 확인으로 수요자 요구에 부합하는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실증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기술 실증을 위한 규제실증 테스트베드의 도입이다. 일본은 자율주행, 드론, 원격의료, 원격교육 등 미래 기술의 실증을 목적으로 국가전략특구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보통신융합법 등을 통해 규제완화를 위해 노력중이다. 특별히 공공기술사업화 기반이 잘 갖춰진 연구개발특구에서 먼저 신기술 실증 할 수 있도록 규제특례 도입과 실증 공간 및 인프라인 테스트베드 구축이 필요하다.

`19년도 정부 R&D 20조원 시대를 맞이해서 패러다임 전환을 한번 고려해 볼때이다. 박은일 특구진흥재단 미래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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