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숱한 신기록들을 남겼다. 미국 역사상 군대-공직 모두에 경험이 없는 최초의 대통령이다. 취임시 만 70세로 최고령 대통령이자, 당의 공식지원 없이 당선된 최초의 사례다. 북한 김정은과 만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고, 진주만 기습 이후 고립주의를 표방한 최초의 미국 지도자이다. NATO나 한·미동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며,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법치질서를 조롱하고 황제나 독재자로 군림하려는 전제주의적 성향을 드러낸 최초의 미국 지도자다. 이처럼 신기록 제조기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짐 매티스 국방장관과의 관계에서 또 다시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처럼 보인다.

한때 매티스 장관은 현역 3성장군이던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그리고 예비역 4성장군(해병)인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더불어, 좌충우돌하는 트럼프의 외교·안보를 보좌하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다. 금년 초까지만 해도 매티스의 최대 우군은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맥매스터 전 안보보좌관이었다. 이들이 각각 마이크 폼페이오와 존 볼턴으로 교체된 이후부터 매티스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북핵문제에서도 매티스의 존재감은 보이지 않는다.

워낙 조신하고 나서기를 꺼려하는 성향이지만, 놀랍게도 매티스처럼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통령과 사사건건 각을 세운 고위관료도 없을 것이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매티스는 트럼프의 숙원이던 `예루살렘으로의 미국 대사관 이전`을 반대했다. 매티스는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경비에 주방위군을 투입하라는 명령, 그리고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군 복무금지 결정에 미묘한 엇박자를 냈다. 그는 트럼프가 결정한 이란 핵합의 탈퇴,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동맹국에 대한 알루미늄/철강 관세부과 등에 반대했다.

고문을 지지하고 동맹국을 규탄하는 트럼프 언행에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나중에는 순응했지만 우주군 창설에도 분명히 반대했다. 동계 올림픽 당시에 한반도로부터 주한미군을 전면 철수하려는 트럼프에 반기를 들었고, 한반도에 배치되는 미군 장병들의 가족동반 금지 결정에도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발언을 쏟아내고 `코피작전`이 금방이라도 실행될 듯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도, "북한과의 충돌은...최악의 전쟁(the worst kind of fighting)이 될 것"이라며 신중론을 견지하였다.

그런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났음을 알리는 적어도 2건의 분명한 징후가 나타났다. 첫째, 싱가포르에서의 미·북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했지만, 국방장관에게는 사전에 일언반구 귀띔도 하지 않았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3일 우주군 창설을 발표하면서, 펜스 부통령을 창설준비 책임자로 임명하고, 던포드 합참의장에게 실무작업을 맡겼다. 하지만 매티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1930년대 히틀러-독일 참모본부 사이에서 벌어졌다. 독일 군부는 히틀러가 내린 일련의 결정들, 예컨대 독일의 국제연맹 탈퇴, 베르사유조약 파기, 라인란트 재무장, 스페인 내전 개입, 오스트리아/체코 병합 등에 일일이 반대했다. 분노한 히틀러는 그런 군부를 "푸줏간의 개"라며 비웃었다.

본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매티스 장관의 별명은 "미친 개(Mad Dog)"다. 중부사령관이던 2013년,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전화 한통도 없이 해임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이란에 너무 강경(too hawkish)"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티스는 손자병법·전쟁론·명상록(아우렐리우스)·셰익스피어 등 7000권을 독파한 사상가이자 독서가, 나아가 `수도승 전사(monk warrior)`로 불린다.

지난 8월 중순 이후, 매티스가 세인들의 `레이더에서 사라지는` 일이 잦아졌다. 펜타곤의 정례 브리핑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밥 우드워드의 신간에 의하면 매티스는 트럼프의 언행을 "5-6학년 초딩 수준"으로 평가하며 혀를 찼다고 한다. 때마침 매티스의 교체설과 함께 누구누구가 유력한 후임자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아마도 트럼프-매티스의 관계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국방장관 관계로 남을 공산이 높다. 바야흐로 트럼프는 또 하나의 신기록을 세우려는 참이다. 송승종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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