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은 메타댄스프로젝트 대표
곽영은 메타댄스프로젝트 대표
며칠 전 `베토벤과 카알`이라는 한국·오스트리아 공동제작으로 기획된 공연이 대전예술의 전당 아트홀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공연은 오스트리아 연출가와 배우, 바이올리니스트, 한국 메타댄스프로젝트 무용단이 합작해 무용, 연극, 음악의 장르를 넘어선 융복합 공연으로, 필자는 이 작품의 기획과 조안무를 맡았다. 6월 `베토벤과 카알`의 첫 공연 시작지였던 오스트리아 바덴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맞이하기 전 6월, 오스트리아 바덴에서 열리는 베토벤 페스티벌에 공연을 올리기 위해 오스트리아를 찾았다. 베토벤 페스티벌은 오토 브루사티 연출가와 메타댄스프로젝트 최성옥 예술감독이 2017년부터 기획했던 공연이다. 이는 베토벤과 그의 조카 카알 사이에 일어났던 실제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공연을 올리는 오스트리아 바덴은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였기 때문에 공연을 앞둔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 바덴의 첫 인상은 아늑하고 정돈된 도시로써 오스트리아 황제가 휴가를 즐겼고 베토벤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지냈던 곳으로의 명성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또 오스트리아 수도 빈과 차로 40분 거리에 있어 부담 없이 빈에서 이동할 수 있었다. 바덴은 우리의 첫 번째 오스트리아 체류지이자 공연 장소였다.

사전 협의된 내용으로 각각 연습했던 양국의 예술가들은 이제 한 호흡으로 맞추는 작업을 위해 도착 다음날부터 하루 5시간 이상의 연습을 소화하며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위해 매진했다. 이 공연은 베토벤의 조카 카알이 실제 자살소동을 일으켰던 라우헨슈타인 고성이 배경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야외공연을 하는 것이었는데 공연 전날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장소를 실내로 급하게 바꿨다. 다행히 공연 마지막 날에는 비가 그쳐 당초 계획했던 장소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다.

2회의 실내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마지막 날 야외공연. 비온 뒤 꽤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자리를 뜨는 관객이 한명도 없었다. 그 순간 무대 위 배우의 연기,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 80여분을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세 명의 무용수 움직임에 모두가 집중하는 감동이 밀려왔다.

바덴시장님과 함께하는 저녁만찬, 공연 후 모두가 함께 즐긴 파티, 작은 도시의 모든 것이 화이트 컬러로 변하는 축제 등 바덴에서의 7일은 인상적이었다. 공연에 대한 긴장감과 갑작스런 상황변화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피어나는 유쾌함과 여유, 함께 참여했던 양국 간 예술가들의 끈끈한 유대감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곽영은 메타댄스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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