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제도 다양 폐지만이 능사는 아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전후해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현행 병역특례가 국가를 대표해 열과 성을 다한 젊은 선수들에 대한 당연한 보답이라는 옹호론부터 형평성을 담보하지 못한 것인 만큼 전면 손질을 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혼재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는 문체부가 예술·체육인들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 개선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는가 하면 국회 차원에서도 이에 대해 본격 논의에 나서는 등 해법 찾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지난 아시안게임 최대 관심사는 축구대표팀의 금메달 획득,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손흥민 선수의 병역 면제 여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국프로축구 1부 리그(EPL)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이번에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면 2년 후에 입대를 해야 하는 처지였다. 병역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손흥민 개인에게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한국축구에도 타격이다.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심리적 위축과 상실감으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는 대표팀의 전력 손실로 연계된다. 우리 대표팀에서 그의 존재감이 워낙 크기에 많은 국민들이 전폭적인 응원을 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야구대표팀은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활짝 웃지 못했다. 선수 선발과정에서부터 병역특례를 염두에 둔 선수 구성 등으로 힐난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축구와 야구대표팀에 대한 상반된 반응은 대회가 끝나고 다른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병역특례제도 존치 여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스포츠와 예술분야로 한정된 것에 대한 시비까지 일고 있다. 차제에 금메달 지상주의를 버리고 점수를 계량화하자거나 대중문화분야 등으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논란은 현행 병역특례제가 허점이 많다는 반증이다. 병역법상 체육 특기자는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야 특례가 적용되며, 예술 특기자는 병무청장이 정한 국제대회에서 2위 이상, 국내대회에서 1위를 해야 혜택을 받는다. 이런 규정은 당장 형평성 시비와 직결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사실 대중음악이나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국격을 드높이는 사례는 많다. 전세계를 매료시키는 케이팝 스타의 경우 스포츠 선수보다 국가홍보나 기여도가 크면 컸지 작다고 하기는 어렵다.

병역특례제에 대한 손질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가장 유념해야 할 부분은 형평성이다. 그동안 사회 분위기에 따라 병역특례의 대상과 범위가 널을 뛴 전례를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일반 청소년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해소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이를테면 대상자들이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보다 강력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특례 대상을 마냥 확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현 추세라면 앞으로 병역 자원의 급감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병역 면제 대상을 무분별하게 늘린다면 이를 곱게 받아들일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역병사 외에도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등 복무제도가 다양한 데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까지 시행되는 마당에 형평성을 이유로 병역특례 제도를 없애자는 것은 과도한 면이 없지 않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뜯어고치기 보다는 신중하게 제도를 보완하고 수혜자들이 국가와 사회에 보다 효율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처사다. 이제 문체부와 국방부 병무청 등 정부 부처도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공론화가 활발하게 진행됐으면 한다. 궁극적으로는 국회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법제화하는 길만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병역특례의 본질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김시헌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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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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