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빠르게 인상하기로 한 이유는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 저임금 노동자가 과도하게 많은, 근로빈곤 문제를 타개하기 위함이다. 현재 분배 구조가 과도하게 기업주에게 유리하게 돼 있기 때문에 이윤 중 일부를 임금으로 양보하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물론 일부 자영업주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원래 공약보다 증가속도를 늦췄고 자영업자 대책도 확대 시행중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큰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고용부진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것은 근거 없는 괴담에 불과하다.

600만 명의 자영업자 중 80%는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은 단독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에 영향받지 않는다. 미용실에서 파트너로 일하는 미용사, 택배기사, 건설장비기사, 단독으로 혹은 가족과 함께 운영하는 가게 사장 등이 자영업자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자영업자 20%는 근로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중 개인병원, 대형 음식점, 대형마트 등 여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소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감내 못할 일은 아니다. 결국 최저임금에 취약한 자영업자는 전체 자영업자 중 매우 일부분이다. 24시간 문을 열어야 하는 편의점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있어서도 비용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심각한 어려움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영업비용 중 인건비 비중은 2016년에 7.3%로서 10%에도 이르지 못한다. 즉 영세자영업자들에게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수익배분 요구가 더욱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최저임금과 상관없이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폐업률은 2016년에 87.9%로서 이미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즉 박근혜 정부 때도 폐업률은 심각했는데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드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모습이 가려졌을 뿐이다. 지금은 더 이상 진출하는 사람들이 없다 보니 폐업 현상이 눈에 두드러질 뿐이다. 자영업의 부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비싼 임대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더해 제조업 구조조정, 소비패턴 변화 등 소비 감소로 인한 매출액 축소가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상가 임대차 보호 강화,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근절 등은 법을 바꿔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고 법안 처리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부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저임금 정책은 사회 전체적으로 임금소득 비중을 늘려서 소비를 늘리려는 것이므로 자영업자를 죽이는 것이 아닌 살리는 정책이다.

영세자영업자들이 어려우니 이들에 대해서 더욱 낮은 최저임금을 허용하자는 주장은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최저임금이란 말 그대로 지역, 업종, 연령, 규모에 상관없이 최저한의 생활을 위해 보장돼야 할 가장 낮은 임금 수준을 의미한다. 최저임금 위원회가 우리나라의 국력과 생계비를 고려해 최저 생활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기준을 결정한 것이다. 만일 기업 규모별로 차이를 두기 시작하면 다른 기준에 의해서도 차이를 두자는 주장이 나오게 될 것이고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누더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어려움을 겪는 부문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하되 여력이 되는 기업들이 적정한 인건비를 지불하게 하기 위해 단일한 최저임금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증가시켜 오히려 자영업자들의 매출액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최저임금과 상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무인화, 기계화로 인해 단순노동 일자리 감소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 또한 조선, 자동차와 같은 주력제조업에서 후발국 추격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임금을 낮게 유지해 기계와 경쟁하고 저개발국 노동자들과 경쟁하는 전략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결국 고부가가치 사회로 가는 길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여력이 있는 부문이 먼저 고부가가치로 전환하도록 자극을 주고 공정경제, 혁신성장 정책을 적극 추진해 일자리 보고인 혁신 중소기업을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 행정편의주의적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고 수출대기업은 해외에서 더욱 잘 경쟁할 수 있게 하며 대기업에 의해 독점화된 국내시장에는 새로운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물론 모든 자영업자들을 괴롭히는 높은 임대료 및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도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이 강조하듯,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은 한 세트인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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