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면 원장
이재면 원장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 2명 사망". 엊그제 뉴스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접하게 되는 소식이지만, 올해는 특히 재앙 수준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가 전국적으로 26명이나 발생했다.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치솟던 수은주도 진정세로 접어들었고, 모기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도 지났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식중독 및 수인성 감염병 예방은 오히려 지금부터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이란 병원성 미생물이나 오염된 물, 식품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질병이다. 부산에서만 3명의 목숨을 빼앗은 비브리오패혈증은 비브리오패혈증균(Vibrio vulnificus) 감염에 의한 급성 패혈증으로 오염된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거나 상처 난 피부가 오염된 바닷물과 접촉할 때 감염된다. 올해는 특히 이상기온으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해수 온도가 높아져 예년보다 1.7배에 달하는 환자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9-10월까지 꾸준히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이맘때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의 하나가 유행성각결막염이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유행성각결막염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물놀이 빈도가 높은 여름에만 유행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연중 내내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서 역시나 주의가 요구된다.

장염과 식중독을 유발하는 노로바이러스도 꾸준히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살인적인 무더위는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높은 기온과 습도는 식중독균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최근 5년간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 발생 빈도가 6-8월에 집중돼(23.9%)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각심을 갖게 한다.

또 하나, 계절적 요인 외에 최근에는 외식산업의 발달과 식생활 패턴 변화로 단체급식과 외식문화가 발달하면서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 발생의 주요 원인( 2016년도 87.7%, 2017년 70.6%)이 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7년 전국 통계자료를 인용하면 집단 발생의 경우 배달·포장을 포함한 식당에서의 발생이 47.0%로 가장 높았고, 주요 원인병원체는 노로바이러스가 34.0%, 병원성대장균 19.7%, 광어와 같은 넙치류에서 주로 분리되는 쿠도아충이 17.3% 순이었다. 가정에서뿐 아니라 외식업체, 피서지, 학교 등 단체급식을 제공하는 장소에서 모두 위생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방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감염시 목숨까지도 위협받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위생만 철저히 해도 충분히 예방 가능한 것이 바로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이다. 식품의 보관 온도에 유의하고, 칼·도마 등 식기류는 교차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육류나 어패류 취급시 구분 사용하며, 음식물은 중심부 온도가 74℃를 넘도록 1분 이상 충분히 익혀먹도록 한다. 물은 반드시 끓여 마시고 손 씻기의 생활화, 외출 후 목욕이나 샤워로 유해한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킨다. 또 설사나 구토 발열 등 증상이 있을 때는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모든 감염병의 70%이상은 예방이 가능하다.

공중위생과 시민의 안전한 건강관리를 위해 우리 보건환경연구원 감염병 대응 전담부서에서도 연중 감염병 감시 모니터링을 통해 24시간 상시 비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확진 가능한 41종 감염병을 확인·진단하고 있으며 시스템을 연차적으로 확대해 지역에서 발생한 감염병 및 식중독의 원인병원체 조기진단을 통한 초동대처, 확산방지를 위해 주력할 계획이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감염병 대응 및 대비를 위한 인프라 강화, 원헬스 협력체계 구축을 토대로 감염병의 조기 감지와 신속대응에 힘쓰고 여기에 더해 개인의 청결유지와 예방수칙의 생활화가 더해진다면 감염병으로 목숨을 빼앗기는 안타까운 소식을 더는 접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 다시 한 번 감염병 예방에 힘써주길 바란다.

이재면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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