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전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음악밴드 리더 A씨는 지난달 31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대전의 한 자치구 행사 공연 섭외를 받고 연습을 하던 중, 공연 하루 전날 취소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주최측은 갑작스런 폭우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8명의 멤버들이 3주가량 연습한 노력은 차치하더라도 음향, 무대조명 준비 등에 쏟은 시간과 비용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버렸다.

A씨는 "공연이 취소되면 공연 당일 하루만 손해 보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공연자들은 그 공연을 위해 다른 공연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천재지변 등에 의한 공연 취소는 어쩔 수 없지만, 보상은 커녕 다음 공연에 대한 약속도 없이 마냥 기다려야 하는 지금 상황이 힘이 든다"고 말했다.

#2 대전지역 공연자들을 섭외하는 음악감독 B씨도 행사 주최측으로부터 3차례 공연 취소 통보를 받으면서 곤란을 겪었다. 당초 기획과 달리 행사 콘셉트가 바뀌면서 불가피하게 라인업이 바뀐데 따른 것이었다.

B씨는 "2016년에는 공연 2주 전에 취소 통보를 받았고, 6월 공연 때는 공연 규모 축소, 8월에는 공연이 취소돼 여러 공연팀이 피해를 봤다"며 "한 두번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돼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역 예술인들이 지자체의 입맛에 맞는 행사 운영에 따른 공연 취소로 한숨을 짓고 있다. 예약을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No Show)`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지자체의 일방적인 공연 취소 역시 사회적 약속을 저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이에 지역공연계는 지역예술인들의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수도권과 같이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상호 계약서 작성을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대전지역에는 예술의전당 등을 비롯해 민족예술인총연합회 등이 공연자들을 섭외할 때 상호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서에는 공연 취소에 대한 손해배상 부분도 포함돼 있어 일방적인 공연 취소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자치구 한 관계자는 "행사 위탁을 주다보니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피해를 본 공연자들이 보상을 받고 앞으로 공연자들을 섭외할 때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향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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