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시기에 올드 보이들이 돌아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그들이다. 호불호를 떠나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들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 복원에 한창이다. 당장의 관심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2년 차 정기국회 무대로 모아진다. 여야로선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대로 주저앉은 가운데 국정 운영의 동력을 이어가느냐, 아니면 주도권을 빼앗아 오느냐가 관건이다.

뇌관은 곳곳에 널려 있다. 공교롭게도 중폭의 개각에 따른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겹쳐 초반부터 기 싸움이 불가피하다.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논란과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개헌 공론화, 국방 및 사법 개혁도 뜨거운 감자다. 핵심은 쟁점 법안을 둘러싼 입법 전쟁과 더불어 470조 5000억 원 규모의 슈퍼 예산 심의다. 하루 하루 먹고 살기 고단한 국민 입장에선 민생을 보듬는 국회가 되기를 고대할 따름이다.

신경전은 진작 펼쳐졌다. 정기국회를 코 앞에 두고 청와대와 여당은 당정청 전원회의라는 초유의 모임을 갖고 임전무퇴를 외쳤다. 문 대통령은 190여 명에 달하는 참석자와 소득주도성장을 합창했다. 최근의 지지율 하락이 고용 쇼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경기 회복으로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다. 야권은 야권대로 정부의 재정 확장 정책에 제동을 걸고, 일자리 예산을 샅샅이 파헤치겠다는 결의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은 어느 나라, 어느 시점에서나 유효하다. 1992년 미 대선에서 풋내기에 불과했던 빌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는 부시의 경제정책 실패를 이 말에 담아내 현직 대통령을 고꾸라뜨렸다. 안 그래도 우리는 8년 만에 찾아 온 최악의 경제지표에서 보듯 불황 체감도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올드 보이들이 민생을 매개로 리더십을 발휘 한다면 지켜볼 일이다. 국민 먹고 사는 일에 여야가 따로 없고, 일자리 창출에 당리당략이 끼어 들어선 안 된다.

먼저 소득주도성장을 수술대에 올려야 마땅하다. 급격하고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서민을 빈민으로 만드는 현실을 인정하는 게 급선무다. 인건비 부담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올해 2분기 우리 경제의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분기보다 1.0% 줄었을 정도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문제점은 숱하게 드러났다. 참다 못한 자영업자들이 시위에 나선 걸 도외시 하고, 통계청장 교체 논란까지 일으키면서 마이웨이를 고집하다가는 손쓰기 힘든 지경이 된다. 그런데도 오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킨다고 한다.

야권은 발목잡기만이 능사가 아니다. 건강한 비판을 넘어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기 하강의 긴 터널에 진입하기 전에 규제완화와 노동개혁, 교육혁신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민간 기업의 야성적 기질을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시민사회 권력에 휘둘리는 청와대와 여권을 믿고 맡기기 어렵다. 특히 민간 기업을 옥죄온 규제혁파가 화급하다. 8월 국회에서 밀려난 규제프리존 및 지역특구법이나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완화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같은 법안 처리로 경제 활력을 뒷받침할 때 민심이 움직일 것이다.

`탈무드`에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는 말이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적용해 볼만 한 경구다. 1년 넘게 물고기를 안겨주는 방식에 매달리다가 성과는 고사하고 부작용만 키웠다. 고용 생태계를 황금어장처럼 만들어야 한다. 물고기로 선심쓸 게 아니라 직접 잡도록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게 맞다. 인연과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그 때 그 얼굴들이 앞장 설 수 있을까. 정치 경륜이 풍부한 이들이 민생을 고리로 협치의 장을 만들어달라는 게 국민 바람이다. 퇴행의 역사를 쓰지 않겠다면 올드 보이들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송신용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