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불어 드는 선선한 바람이 반가운 요즘이다. 아무래도 올여름이 유난히 뜨거웠기 때문이리라. 잔혹할 정도로 더운 여름이었다. 대전만 해도 지난달 15일 낮 최고기온이 39.4도까지 치솟았다. 1969년 기상관측이래 역대 최고다. 33일간 폭염이 지속됐다. 한때 대전의 더위는 이른바 `대프리카`로 표현하는 대구를 꺾기도 했다. 물론, 대전뿐만이 아니었다. 한반도가 펄펄 끓었다. 전력수요도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부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에 이르렀다. 도로가 뒤틀렸고 온열질환자가 늘었다.

뜨거운 햇빛은 도시를 넘어 농가를 덮치기도 했다. 과일은 데임현상이 발생해 검게 그을렸고, 채소는 무름병으로 생육이 악화됐다. 농가는 이미 봄철 냉해로 인해 한번 피해를 입은 터였다. 대전 유성구의 한 배 농가 농장주는 폭염으로 크기가 작아진 배를 한 손으로 집어 내보였다. 이윽고 그는 "농장주들에게 올여름은 재난수준"이라고 표현했다.

유례없는 폭염은 농산물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평년대비 도매가격이 6.5% 올랐다. 배추는 1포기 당 3500원으로 평년대비 50%가 올랐고, 무는 1개당 2026원으로 66% 올랐다. 사과나 배, 복숭아, 포도도 가격이 올랐다. 생활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타는 듯한 여름을 보낸 농가의 표정은 어두웠고 서민들의 한숨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농가 피해가 커지자 가격안정이나 수급을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정책은 비축물량을 방출하거나 농가에 조기 수확을 당부했고,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한 할인 판매 등에 매진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폭염피해농가를 돌며 현장점검에 나섰다. 아쉽지만 노력은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듯하다. 폭염의 여파가 여름을 넘어 추석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도매가격 등락률은 지난달 상순 18.2%에서 하순에 이르러 29.3%로 뛰었다. 사실상 지난 1개월 간의 대책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셈이다. 정부는 또다시 추석 성수품 안정대책에 나선다고 한다. 방법은 지난 대책과 비슷하다. 무작정 시간이 지나길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의지가 부족한 것인지 모르겠다. 취재 2부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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