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처럼, 추운 겨울이 오기까지의 매 주말마다 펼쳐지는 각종 축제 공연들은 예술인들이 겨울을 나게 할 곡간을 채울 중요한 시기이자 삶의 터전이라 할 수 있겠다.

연일 기록을 깨던 엄청난 폭염은 야외에서 진행 됐던 많은 행사들마저 시들게 하더니 뒤이어 연일 퍼붓는 엄청난 폭우는 아예 공연 자체를 무산 시켜버려서 참여하려던 예술인들까지도 계약에 따른 출연료 지불을 날려 버린 뜻밖의 수재민들이 돼 버렸다. 이런 자연 재해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가항력적 행사 공연 취소에 의한 피해는 능히 감수하더라도, 관에서 주도해 진행 되던 행사들이 돌연 취소되는 바람에 다른 섭외들을 마다하고 일정을 조율해 놓고 있던 공연자들을 난감하게 만들고 물질적 손해까지 입히는 일들이 최근 지역에서 너무 빈번하게 반복되고 있다.

피해 당사자들은 물론 모든 예술인들이 분개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현실 탓에 신의를 저버린 관에 대한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다.

이는 재화와 용역의 가치가 높던 시대에서 지식과 감성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선진시대로 접어드는 속에서도 여전히 예전 딴따라의 시각으로 예술인들을 바라보고 천대시하는 잘못된 시각과 강압적인 후진적 관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일 게다.

이미 지역에서도 수많은 청년들이 대학의 예술학과 학부들을 통해 사회에 배출되고 있다. 저마다 예술가로써의 활동으로 삶을 꾸려 가야함에도 관에서 주도하는 행사에서조차 수준 높고 가능성이 많은 다수의 지역 예술인에게 끼와 역량을 표출시켜 줄 기회를 부여해 주기 보다는 방송에 오르내리는 수십, 심지어는 수백 배에 달하는 몸값 높은 예능인 소수를 불러들여 객석을 채우고 그것을 공연의 성공 여부나 치적의 도구로 삼는 안일함에서도 이제는 깨어났으면 좋겠다.

제주도나 설악산에 가서 산 관광 기념품처럼, 지역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축제들이 별반 차별성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이유도 이러한 연유일테니 이제는 생활고를 감수해가면서까지 지켜가고 있는 딴따라들의 예술 혼에 대한 배려와 존경이 넘쳐나서 그들이 자부심으로 마음껏 창작하고 놀 수 있는 멍석들이 곳곳에 깔려지길 소망해 본다. 박홍순 대전 민예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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