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부모들은 그저 공부만 잘하라고 주문을 하면서 아이들을 학교로 등 떠밀어 왔다.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코 아이도 부모도 행복하지 않았다. 늘 모자라니까 채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내 아이만 잘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살아왔다. 지식만을 추구하다 보면, 아무도 모르게 교육과 삶이 분리되고, 아이들은 배움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떨어진다. 꿈의 주인공이 돼야 할 아이들이 부모들의 바람을 대신하는 조연으로 성장하게 된다. 세상을 만나지 못한 아이들에게 세상을 꿈꾸라고 하는 것은 거짓이고 위선이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실제 생활과 분리되지 않아야 한다. 배움터는 세상의 온갖 것 들이 살아있는 삶의 공간이어야 한다.

세종마을교육공동체의 시작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들에게 행복을 되살려 주자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떤 틀이나 두려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면서, 자기 스스로 다양한 관계의 문제들을 자신의 수준에 맞게 해결해 나갈 능력을 만드는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교사나 학부모나 주민들이 `해결사`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하면서 어디에서든, 무엇에서든 존재감과 자존감의 주인으로 살아가게 한다면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 동안 학교 울타리를 무너뜨리자는 이야기도 많았고, 실제로 그것을 무너뜨린 경우도 있었다. 학교의 공간이 울타리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울타리 안과 밖이 학교의 운영을 공동으로 책임지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그렇지만 배움의 주인공인 우리 아이들은 정작 허물어진 울타리 밖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학교 밖에 나가서 할 것도 없거니와 나갈 시간조차 없는 상태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삶 속에 교육이 있고, 교육 속에 삶이 있다`고 하면서도, 아이들을 삶과 교육이 만나는 시공간으로 내몰지 않은 결과이다. 아이들은 그저 학교 울타리 안에서 공부하고 놀아야만 안전하게 잘 성장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학교와 마을의 경계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을은 삶을 품고 있다. 마을은 새로운 세상을 늘 잉태한다. 교육과정에서 세상을 만나게 하는 것은 교육의 의무다. 아이들의 참된 권리이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꿈과 희망을 세상으로 품어내고, 새로운 세상의 이상과 틀을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낯이 설고 더디게 가더라도 조금씩 알아가고 무거운 짐을 서로 나누어 짊어지는 교육, 이것이 바로 아이들에게 늘 세상을 꿈꾸게 하는 학교와 마을의 역할이다.

세종시교육청의 마을교육공동체팀에서 운영하고 있는 `동네방네프로젝트`는 마을을 기반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배움을 계획하고 실행, 평가하는 무학년제 프로젝트 활동이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 및 학교 밖 청소년이 참여하여 학교와 마을을 넘나들며 배우고, 배움을 자신의 삶과 마을에서 실천하며 자신의 꿈과 삶을 개척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이 시도되고 있다. 2018년에는 120명의 학생들이 울타리 역할을 하는 길잡이교사의 지원을 받아 마을의 다양한 배움터에서 영화제작, 코딩, 미술공예 등 11개 영역에서 서로 소통하고 함께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 아직은 조금 서툴고 혼란스럽게 보일지 모르나 아이들이 하나둘 마을에서 모이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가능성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 대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의 꿈과 재능은 아이들이 뭔가를 하고자 할 때, 아이들이 기대하고 열망하는 것들에 도전할 때 이룰 수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공감해 주고 지지해주면 그만이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교육의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금 우리가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은 공동체적 관심이다. 아이들이 삶 속에서 배우고 익힌 지식과 지혜로 미래 사회에서 행복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을의 모든 어른들이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협력해야 할 때다. 세종시교육청 학교혁신과 과장 신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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