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해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8월 19일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 병무청, 법무부 등으로 꾸려진 대체복무제 실무추진단은 이달 안으로 대체복무제 시행 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간 논의과정을 통하여 드러난 내용의 윤곽을 보면, 첫째 대체복무자는 집에서 근무지로 출퇴근하는 것이 아니라 합숙하는 것으로 하며, 둘째 대체복무자의 근무지는 교도소, 소방서 119구급대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고, 셋째 복무기간은 3년이 유력하지만 실무 추진단이 아직 확정하지 못했으며, 넷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심사하는 기구를 정부 어느 부처에 둘 것인지 합의를 보지 못했다.

위 논의와 관련하여 반드시 참작하여야 할 것은 대체복무제는 국제표준에 부합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민간대체복무제여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 대만 등의 국가에서 대체복무자들은 보건, 복지, 안전, 교정, 환경, 노동, 행정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근무하며 사회의 유용한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무추진단이 대체복무 분야를 교도소, 소방서 119구급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은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집총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군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거나 지뢰제거 등의 업무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은 대체복무제의 본질을 오도하는 것으로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다.

군복무에 비해 지나치게 길거나 대체복무자를 차별하는 형태의 복무는 대체 처벌에 불과할 것이다. 2008년 유럽평의회 사회권위원회에서는 그리스 대체복무에 대한 의견에서 대체복무기간이 군복무의 1,5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도 대체복무의 조건은 징벌적 성격이 아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역육군복무기간이 21개월인데 36개월 또는 3년 안팎을 검토하는 것은 국제표준을 위배하는 징벌적 성격을 갖는 것은 아닌지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대만은 2000년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서 복무기간을 현역 22개월에 1/2(11개월)을 더 했지만 가산기간이 2003년 4개월에서 2007년 2개월로 단축하였다.

대체복무는 국방부나 병무청과 같은 군과 군산하기관의 관여가 전혀 없어야 한다. 대체복무에 대한 모든 통제 및 관할은 민간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며 군은 대체복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일상적인 업무에 대해 어떠한 통제권도 가져서는 안 된다(2011년 아르메니아 대체복무법 개정안에 대한 베니스 위원회 견해).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심사하는 기구 또한 대체복무제 관할기관이 국방부나 병무청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위와 같은 점을 참작하여 대체복무제 시행안이 마련될 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군복무를 대신하여 개인의 양심과 상충되지 않는 방법으로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위주로 국제사회에서 인권후진국으로 오랫동안 지탄받아온 한국이 대체복제의 성공적 시행과 정착을 통해 세계적인 인권선진국으로 거듭나게 되길 기대해 본다. 이승길 중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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