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는 `맥락과 비평`이 있다. 구성된 지 올해로 20년이 되는 이 문학연구회는 1998년 `라깡과 문학`을 낸 후 12권의 공동 저서를 발간했다. 지금까지 이 연구회 회원들은 우리가 잊고 사는 대전·충남 문학인들의 삶과 예술을 복원하며 지역 문학의 "고유성과 역사성"을 모색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러한 작업 결과물 중 하나로 올해 `망각의 로컬리티`를 발간하고 제20회 문학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

전국 문학인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다른 지역 문인들이 부러워하는 것이 바로 이 `맥락과 비평`의 존재다. 문학에서 창작과 비평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채 제 소임을 다할 때 문학이 제대로 구현된다고 하는데, 지역작가들의 작품 가치를 알릴 뿐 아니라 우리 주류 문학사에서 잊힌 지역 문인들의 문학적 위상을 살피는 비평작업을 스무 해 동안 해오고 있는 문학평론가들이 대전에 많고 그것이 한국문학 현실에서 이례적이고 뜻깊은 사실이라고 그들은 평가하고 있다.

문학이 서울 중심으로 생산 소비되는 현실에서 지역에서 문학 활동을 한다는 것이 지극히 불리한 처지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문학작품을 때맞춰 알릴 수 있는 매체들과 출판자본이 서울에 집중된 실정에서 그 소외 정도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다행히 우리 지역에는 `맥락과 비평`이 있어 문학 활동이 더욱 생동할 수 있고, 해방 후에 잊힌 지역 문인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간행된 `망각의 로컬리티`에는 염인수 소설가와 전여해 시인의 삶과 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두 분 다 공교롭게도 사회적이고 민족적인 의식이 강렬했고 지역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문학사에서 자리 잡지 못한 처지였으나 각각 김화선, 김현정 평론가가 두 분의 문학 활동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문학사적 위상의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 김정숙, 김화선, 김현정, 남기택, 박현이, 오연희, 한상철, 홍웅기, 등의 맥락과 비평 문학평론가들의 노고에 이 지면을 빌려 깊은 경의와 사의를 표한다. 서울에 `창비`가 있다면 대전에는 `맥비`가 있다. 권덕하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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