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교향악단 마스터즈9 고전에서 신고전, 그리고 인상주의를 만나다

요리에서는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가장 어렵하고 하듯, 어떤 분야든 기본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한 평생 피아니스트로 치열하게 살아온 한동일이 보여주는 원숙한 피아노 협연을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대전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은 7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당 아트홀에서 마스터즈 시리즈 9 `고전에서 신고전, 그리고 인상주의를 만나다!`를 연주한다.

이번 연주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협주곡으로 태교음악에서 치료음악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오로지 작곡가 자신의 창작 세계에만 집중하는 음악을 비판하고, 음악을 인간의 삶과 일상생활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한 힌데미트의 `카를 마리아 폰 베버 주제에 의한 교향적 변용`, 그리고 음악은 색과 리듬을 가진 시간으로 되어있다고 하였던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창시자 드뷔시의 `바다`까지, 음악의 발전사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수석객원지휘자 마티아스 바메르트의 지휘로 꾸며지는 이번 무대는 어떤 사조의 곡을 연주해도 `스페셜리스트`라는 호칭을 받는 절대 거장 지휘자 바메르트와 한국 피아노 음악의 상징이자 전설, 세계의 벽을 넘은 첫 한국인 음악가인 피아니스트 한동일의 협연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대전 초연곡으로 무대를 여는 힌데미트의 `카를 마리아 폰 베버 주제에 의한 교향적 변용`은, 베버의 `피아노 연탄곡`과 `투란도트 서곡`의 꾸밈 없고 간결한 주제를 통해 전형적인 힌데미트의 음악으로 둔갑시킨 재치있고 화려한 오케스트라 곡이다. 화려한 관현악과 타악의 위용을 마음껏 뽐내는 독창적인 변주로 가을을 맞이해 축 처진 어깨를 단번에 끌어올려 줄 것이다.

이어지는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1번`으로 피아니스트 한동일이 협연 무대를 꾸민다. 행진곡풍으로 시작하는 곡의 분위기, 끓어오르는 듯 희극적인 정서가 강한 피날레, 중간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아름다운 칸타빌레를 관철하는 안단테까지, 피아노와 관현악의 효과를 강렬하면서도 신선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시적 감흥과 지적 모험이 기적 같은 균형을 이룬 모차르트의 명곡이다.

피아니스트 한동일은 한국 전쟁 중 미군 위문 공연에 참여했다가 미5공군사령관의 눈에 띄어 후원받았다는 일화로 유명한데, 이러한 피아노 신동 한동일의 일화는 전후(戰後) 어렵고 팍팍했던 시절 한국인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기쁨을 준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레벤트리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케네디 대통령의 백악관 콘서트 초청,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와의 무대, 한국 정부의 모란 훈장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의 그가 선택한 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이다.

연주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프랑스 인상주의의 창시자이자 완성자인 드뷔시의 대표작 `바다`다. 이 작품은 작곡가가 아니면 선원이 되고 싶었다고 할 만큼 바다를 사랑한 드뷔시가, 바다에 대한 모든 정열을 쏟아 부어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응축시킨 명곡이다. 바다에서 받은 순간적인 인상에 프랑스식 뉘앙스를 불어넣어 바다의 모습보다 본질을 재현한 이 곡은 `바다의 새벽부터 정오까지`, `파도의 장난`, `바람과 파도의 대화`의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자연과 상상 사이의 미묘한 상호작용을 그렸다.

마티아스 바메르트와 한동일이라는 두 거장의 만남과 더불어 고전에서 신고전, 인상주의까지 만날 수 있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강렬한 여운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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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 바메르트 대전시립교향학단 수석객원지휘자
마티아스 바메르트 대전시립교향학단 수석객원지휘자

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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