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천하의 대본이라는 말은 결단코 묵은 문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만년을 가고 또 가도 변할 수 없는 대 진리입니다. 식량품, 의복, 상업, 공업의 원료까지 하나도 농업생산에 기대지 않는 것이 없느니 만큼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창고입니다"라는 글이 있다.

이 글은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농업박물관 앞에 돌로 새겨진 매헌 윤봉길 의사의 농민독본에 나오는 내용이다. "농업은 먹거리의 근본으로 백성의 이익"이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산업화의 물결에 밀려 우리 농업과 농촌은 도시지역으로의 인구이동과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려나게 됐다. 한·칠레 FTA협정 체결 이후 봇물같이 터진 농산물 수입개방은 우리 농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1960년 농업인구는 1799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72%까지 차지했으나 2017년말 기준 242만 명(전체인구의 4.7%)에 불과하며 이마저 매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 문제는 농가경영주 중 절반 이상인 56%가 65세 이상 고령농으로 농촌지역의 고령화 및 여성화는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7년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의 65% 정도에 불과한 3824만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농가소득 중 순수한 농업소득은 20여 년째 1000만 원대로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농가소득만으로 볼 때 젊은 후계농들을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기에는 요원한 실정인 셈이다.

농가소득은 농업소득, 농외소득, 이전소득 및 비경상소득으로 구분된다. 농외소득과 이전소득은 농가소득을 구성하는 주요 항목이다. 따라서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들 소득이 핵심인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업소득 증대와 농가경영비를 줄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농협에서는 2016년부터 농가소득 5000만 원 달성이라는 농업인의 염원을 담아 이의 실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 현 시점에서 왜 농가소득 5000만 원을 추진해야 하는 것인가. 살펴본 바와 같이 2017년 기준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소득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도시근로자 전체 가구소득이 5869만 원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낮은 농가소득은 농촌지역 소외와 황폐화를 시킬 뿐만 아니라 결국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국가적으로도 전 경제부문의 균형 성장이 중요하며 지역간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농촌경제의 부흥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농가소득 5000만 원이 가지는 의미는 도시근로자 소득의 85% 수준 유지와 국내 4인 가구 중산층 평균소득인 5364만 원 등을 감안해 책정한 금액이다.

농가소득 5000만 원 달성은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과 자긍심을 고취하고 국민행복시대로 가는 하나의 중간 척도라 생각한다. 또한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가 있는 농업 부문에 일정한 소득이 보장됨으로써 농촌지역의 활력과 지속발전을 기할 수 있는 것이다. 농업이 가졌던 그동안의 식량안보 역할을 넘어 환경보전, 지역사회발전, 전통문화 유지, 도시민의 휴식처 제공 등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따라서 농가소득 증대는 곧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지역간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국가 정책사업으로 다루어져야 할 사안임이 명백하다. 짐 로저스는 2014년 서울대 강연에서 "농장으로 가라. 여러분이 은퇴할 시점이면 농업이 가장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조지 소로스는 올 해 초 한국에 와서 "농업에 호황기가 다가오고 있다. 10-20년 내로 농산물이 폭등 할 것이다" 라고 예고하면서 DMZ, 북한 그리고 해외 넓은 땅으로 가 농업부문에 투자할 것을 강조했다. 세계적인 투자자 3인 중 2명이 한국에 와서 한 말들이다. 신중히 새겨 들어야 할 조언이며 농업부문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전용석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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