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문화 차이로 엇박자 나기도…불법체류자 양산 우려도 높아

2010년부터 충남 홍성에서 축산 농가를 운영해온 이대한(38)씨는 올해부터 직원 7명 모두를 외국인으로 채용했다. 고된 노동환경 때문에 내국인 노동자들의 구직 기피가 잦아지면서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내국인 노동자들이 농축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며 농장주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는게 사실. 때문에 외노자 채용을 선호하는 농장주들이 늘고 있다"며 "외노자들의 경우 내국인에 비해 요령을 덜 부리고 열심히 일해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대전 유성구에서 배 농가를 운영 중인 이창배(53)씨는 지난해 수확시기에 베트남 출신 외노자 5명을 고용했다 낭패를 봤다. 외노자들에게 시킨 배 포장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해 약간의 꾸중을 했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외노자들이 상품을 훼손한 것이다.

이씨는 "배 포장 작업을 할때 너무 세게 눌러 담아 상품으로 쓸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 놨다"며 "인력수급은 할 수 있더라도 숙련도가 낮기 때문에 고용주 입장에선 골치가 아프다"고 귀띔했다.

충청권 농가에 외노자들의 유입이 잇따르고 있지만, 농장주들은 외노자들 유입에 반신반의 하고 있다. 농촌의 노령화로 인한 인력수급을 위해 3040세대인 외노자들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업무숙련도가 낮고 언어·문화차이로 인한 마찰도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장주들은 외노자 고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40대 이하 농촌 인력이 도시로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데다 기존 농장주들도 고령으로 접어들며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충남의 경우 지난달 기준 전체 인구 212만 2531명 중 65세 이상 인구가 36만 8854명으로 17.3%에 달해 `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이와 함께 농장주들은 과거에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내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데 수월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마저도 쉽지 않아졌다며 입을 모았다.

충남 논산에서 토마토 농가를 운영 중인 조모(52)씨는 "농가인력만으로는 농사를 짓는 자체가 불가능해 농번기에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인력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면서 "정부나 지자체도 이를 뒷받침해줄 정책을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농장주들의 외노자 채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충남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충남 외국인근로자 고용실태 및 정책과제`에 따르면 충남지역 외국인 고용사업장은 국내 인력수급 어려움에 `매우 그렇다`,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중은 91.9%를 차지했다. 앞으로의 채용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 80.8%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했으며, `현재 수준보다 늘리겠다`라고 답한 이들도 15.4%로 나타났다. 농장주들은 저렴한 인건비, 내국인 비해 낮은 이직률, 노무관리의 용이함 등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단점도 상존한다. 농번기의 경우 90일 정도 단시간 일손이 필요한 만큼 숙련도가 중요한데, 언어·문화 차이로 인해 관련 기술을 숙지하는데 시간이 걸려 고용 대비 성과를 성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불법체류자를 양산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일부 농가는 외노자가 고용주와의 협의 없이 갑자기 일을 그만 두고 잠적하는 등 부작용도 더러 나타나고 있다.

충남 논산에서 농가를 운영 중인 조모(59)씨는 "불법체류자는 계약서를 쓰지 않아 합법적으로 고용한 외노자에 비해 노임이 70% 정도 수준이라 고용을 했는데, 월급을 지급한 다음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렸다"며 "당시가 수확기였는데 대체일손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최인이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령 인구만 남아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경우 이주노동자 고용으로 일손 부족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며 "다만, 농촌은 외국인을 고용한 경험이 적은 탓에 문화적 이해가 낮아 인권침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이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원·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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