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대전시교육청 학력신장공동캠페인] ⑨ 고등학생 국외 독립 유적지 탐방

탐방 1일차(24일)이상설 선생의 유허비 앞에서 학생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대전교육청 제공
탐방 1일차(24일)이상설 선생의 유허비 앞에서 학생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대전교육청 제공
[대전일보·대전시교육청 학력신장공동캠페인]⑨고등학생 국외 독립 유적지 탐방

대전 지역 고등학생들은 지난 24-27일 3박 4일간 러시아 연해주 지역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에 나섰다.

이번 탐방은 대전시교육청이 역사교육 강화를 위해 지난해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실시한 현장 체험학습이다. 올해는 지난번 탐방 경로를 보완해 우수리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의 한인 독립 운동 유적지 탐방과 더불어 1937년 소련의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주된 연해주 지역 한인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는 새로운 체험 코스를 마련했다. 이번 `국외 독립운동유적지 탐방단`은 총 65명(학생 55명, 인솔 교원 10명) 규모로 조직돼 일정을 소화했다. 학생들은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하바로프스크에 도착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 체험을 통해 한인들의 슬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추체험(追體驗)의 시간을 가지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우수리스크에서 찾은 독립 운동 발자취(1일차)=대전 지역 학생들은 지난 24일 새벽 2시 인천 공항을 출발해 새벽 5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했다. 탐방단은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우수리스크로 이동해 아침 식사 후 우수리스크 현지 고려 문화센터에서 연해주 지역 한인들의 삶과 최재형, 안중근 등 독립 운동가들의 생애와 활동에 대해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이어 비가 내리는 속에서 다음 탐방지로 이동한 곳은 헤이그 특사로 활동하고 국권 피탈 후 연해주에서 권업회와 대한광복군 정부를 세웠던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가 있는 수이푼 강변이었다. 2001년 세워진 유허비에는 태극 문양과 함께 이상설 선생의 업적이 새겨져 있었다. 학생들의 헌화와 묵념이 이어졌고 모두 함께 애국가를 제창했다. "나는 조국 광복을 이룩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니 어찌 고혼 인들 조국에 갈 수 있으랴. 내 몸과 내 유품, 유고는 모두 불태워 강물에 흘려보내라"는 선생의 유언에 따라 화장된 그의 육신이 수이푼 강 어딘 가에 흘러갔을 상황이 눈에 아른 거렸다.

다음으로 최초의 임시정부인 대한국민의회로 발전한 전로 한족 중앙 총회 건물과 연해주 지역 독립운동가의 대부이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재무 총장을 맡았고 1962년 건국 훈장을 추서받은 최재형 선생(1860-1920)의 저택을 방문했다. 미주 지역의 한인 독립운동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최재형 선생은 함경도에서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연해주로 이주해 러시아 선장의 도움을 받아 선원 생활과 무역 회사에서 일을 하며 모은 모든 재산을 연해주 지역 한인 동포들의 교육과 독립운동에 썼다. 러시아 혁명 후 빨치산 부대 활동을 하며 국내 진공 작전 등 무장 투쟁에도 참여하다가 1920년 4월 일본의 연해주 침공 때 우수리스크 자택에서 일본군에 붙잡혀 희생당한 비운의 독립 운동가였다. 학생들은 이번 탐방을 통해 연해주의 우수리스크 지역이 독립 운동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이후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시대의 거북 형상의 구조물 유적이 있는 거북이 공원으로 이동해 연해주가 발해의 영역이였음을 현지 유적을 보며 확인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라즈들치노예 역에 들른 후 한국교육원으로 이동한 탐방단은 다양한 질문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을 갖고 1일차 여정을 마쳤다.

◇하바로프스크로 떠나는 시베리아횡단 열차(2일차)=2일차 일정 시작은 지난해 극동 포럼을 개최하고 올해 동방 경제 포럼을 개최하는 블라디보스토크 극동대학교 교정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오후에는 전쟁의 아픈 흔적이 남아있는 러시아 극동 함대 사령부가 있는 C-56 잠수함(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군함을 4척 격침시키는 활약을 한 소련의 잠수함) 박물관과 전승 기념비, 개선문을 찾아 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러시아의 현대사에 대해 공부했다.

연해주 한인 독립운동의 주요 거처였던 신한촌을 방문한 탐방단은 신한촌 기념비 앞에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밤 9시, 탐방단은 1937년 이역만리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가는 사실도 모르는 체 고향을 등지고 화물 열차에 몸을 싣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 중앙역에 모였던 동포들의 심정을 새기며 하바로프스크행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하바로프스크에서 만난 한류 열풍(3일차)=탐방단은 오전 8시 30분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주요 정차역인 하바로프스크에 발을 디뎠다. 블라디보스토크가 발전하기 전에는 하바로프스크가 중심지였으나 현재는 인구 성장 등 연해주 지역의 경제 성장 중심의 축이 하바로프스크(인구 60만명)에서 블라디보스토크(인구 80만명)로 이동하고 있다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탐방단은 하바로프스크 시 청사가 있는 레닌 광장에서 러시아 혁명과 레닌에 대해 설명을 듣고, 하바로프스크의 콤소몰 광장과 청나라로부터 연해주 지역을 차지하는데 공을 세운 러시아의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의 이름을 딴 아무르스키 거리와 하바로프스크 향토 박물관을 탐방하며 연해주 지역의 러시아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바로프스크 향토 박물관으로 이동하던 중 아무르 강변의 다니모 공원의 아무르스키 동상 근처에서 우리나라 유명 아이돌 그룹의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 실력을 발휘하는 현지 러시아인 청소년들과 마주쳤다. 세계 속의 한류 열풍을 하바로프스크에서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아무르 강변에서 계단을 타고 언덕을 올라 러시아를 대표하는 러시아 정교회의 문화가 살아 숨쉬는 하바로프스크의 성모승천 대성당에서 러시아 정교회 주교의 미사 장면과 현지인의 종교 생활 모습을 보면서 종교 문화 이해의 시간을 가졌다.

◇하바로프스크 공항에서 인천 공항으로(4일차)=탐방 마지막날 아무르 강변의 아름다운 야경이 보이는 리셉션장에서 학생들은 그간의 탐방 활동 소감을 분임별로 발표했다. 모든 분임과 학생들이 나름대로 재미있는 분임 이름을 토대로 삼행시 짓기 등 다양한 구호를 외치며 탐방 활동 소감을 무대에서 발표했다. 탐방에 참가한 대전둔원고 2학년 이한경 학생은 "교과서에서 압축된 글과 작은 사진으로만 배우던 내용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온 몸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와 최재형 선생의 최후 거주지가 거의 방치되고 있어 너무 안타까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생들은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간단한 명제가 사실임을 탐방을 통해 확인했고, 학교에 돌아가서도 독립운동의 혼을 계승해 의미있고 주체적인 생활을 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또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즐겁게 교류하고 만나는 탐방 여행이 됐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인솔단장인 이해용 시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의미있는 국외 독립운동지 탐방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연해주 지역 동포들의 삶을 이해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고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해 미래 한국사회를 이끌어 갈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학생들은 `홀로 아리랑`, `독도는 우리땅` 등의 노래를 다함께 부르며 소감 발표회를 마쳤다. 탐방단은 다음날(27일) 아침 일찍 하바로프스크 공항을 통해 인천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 `생생! 국외 독립 운동 발자취를 따라서!`라는 목표로 진행된 3박 4일간의 탐방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정성직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탐방 1일차(24일) 방문한 최재형 선생의 생가에서 탐방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탐방 1일차(24일) 방문한 최재형 선생의 생가에서 탐방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3일차인 26일 밤 9시 탐방단은 1937년 이역만리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가는 사실도 모르는 체 고향을 등지고 화물 열차에 몸을 싣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 중앙역에 모였던 동포들의 심정을 새기며 하바로프스크행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몸을 실었다.
사진=대전교육청 제공
3일차인 26일 밤 9시 탐방단은 1937년 이역만리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가는 사실도 모르는 체 고향을 등지고 화물 열차에 몸을 싣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 중앙역에 모였던 동포들의 심정을 새기며 하바로프스크행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몸을 실었다. 사진=대전교육청 제공
탐방 1일차(24일) 학생들이 거북이 공원에서 발해 양식으로 추정되는 거북이 구조물을 보면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교육청 제공
탐방 1일차(24일) 학생들이 거북이 공원에서 발해 양식으로 추정되는 거북이 구조물을 보면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교육청 제공
탐방 2일차인 지난 25일 방문한 신한촌 기념비 앞에서 탐방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교육청 제공
탐방 2일차인 지난 25일 방문한 신한촌 기념비 앞에서 탐방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교육청 제공

정성직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