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탐사기] 세종기지의 음식이야기

2018-08-30기사 편집 2018-08-30 08: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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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기지는 소수의 인원이 파견되어 운영되는 곳이지만 하루 일과는 다른 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군대와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자율적으로 규율에 맞게 생활하기 때문에 군대와는 다른 요소가 있다. 물론 주변 기지인 칠레, 우루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기지는 군인이 상주 하지만 세종기지는 과학기지이기 때문에 해상안전대원을 제외하곤 모두 민간인이다. 1년 동안 고립된 지역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음식이 생활의 활력을 주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조리대원 선발 과정부터 대장으로서는 매우 신경이 쓰인다. 세종기지 30차 조리대원은 신라호텔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 많은 한식 전문 조리사가 선발됐다. 매일 매일 식단을 바꿔가며 요리를 준비해야 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고, 또한 식자재도 대부분 냉동식품이다 보니 요리 실력을 발휘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리대원은 1주일 식단을 미리 준비해서 대원들에게 공지해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 전의 식자재 상태를 미리 미리 점검해 두어야 한다. 대원들이 7시 30분부터 아침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리대원은 아침 6시부터 식사준비를 한다. 혼자서 17명분의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대원 2명이 교대로 주방일을 보조해 준다. 아침 메뉴는 보통 밥과 국, 3-4가지 반찬이 준비된다. 국은 된장국, 미역국, 무국, 오뎅국, 콩나물국, 굴국, 황태해장국 등이 나온다. 아침식사는 대원들이 입맛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신경이 더 많이 쓰인다. 대원들이 야외 채집을 나가는 날이면 조리대원은 주먹밥과 라면 등 점심을 미리 챙겨 준다. 12시부터 점심식사시간이기 때문에 조리대원은 조금 쉬고 10시부터 다시 점심식사를 준비에 들어간다. 11부터는 주방보조인원들이 요리준비를 위한 야채 다듬기 고기 썰기 등을 도와준다. 점심식사는 메뉴가 매우 다양하다. 부대찌개, 오뎅탕, 오징어 볶음, 갈치구이 등 한식요리 뿐 아니라 양송이스프를 곁들인 로스트치킨, 스테이크 등 양식, 때로는 비빔국수나 우동 등 면 요리, 스파게티 등 이태리 요리, 그리고 자장면, 짬뽕 등 중식 등 매일 매일 다양한 요리가 나온다. 점심 먹을 때가 대원들이 기지생활 하면서 가장 설레는 때인 것 같다. 전날 당직자는 식사를 제때 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리대원은 전날 당직자들을 위한 식사를 따로 준비해 둔다. 그럭저럭 대원들이 하루 일과를 정리해야 될 시간이 다가오면 조리대원은 다시 분주해 진다.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녁메뉴는 점심보다는 더 기름진 음식이 대부분이다. 돼지고기 김치찜과 김치찌개, 금태구이, 콩비지찌개, 감자탕, 빙어 추어탕, 부대찌개 전골 등등. 그리고 금요일 저녁은 회식을 하기 때문에 온실에서 가꾼 채소를 곁들인 삼겹살 요리가 나온다.

이런 일상적인 요리 외에도 조리대원은 특별한 요리를 준비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기지 창립기념일에는 주변기지에서 많은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한식뿐 아니라 우리의 전통요리를 대표하는 음식을 대원들과 함께 준비해야 한다. 김밥과 잡채, 떡볶이 등등. 그리고 명절에는 제사음식에 맞게 각종 나물과 전, 수정과 등 다양한 음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며칠 전부터 준비한다. 다른 기지에서 방문한 대원들은 세종기지음식을 아주 좋아 한다. 좀 맵긴 하지만 대부분 남미 국가들이 매운 음식에 익숙해서 인지 큰 부담 없이 잘 먹는다. 외국기지에 방문할 때는 컵라면과 김치를 가지고 간다. 한국의 컵라면은 남극의 비상시에 먹기에 편리하고 맛있기 때문에 어느 기지든지 대환영이다. 김치는 러시아 기지는 아주 좋아하고 다른 기지들은 좀 어려워한다. 중국기지와는 양념을 주고받기도 했다. 한번은 중국기지에 진미간장이 떨어져서 우리가 도와 준적이 있고, 답례로 귀한 콜라를 받았다. 우루과이 기지는 소 혀 가 특별 요리이다. 우리대원들이 방문할 때마다 전채 요리로 소 혀 요리를 대접받았던 기억이 난다. 칠레해군기지는 우리와 특히 친해서 교류가 많았는데, 남극 챔피온십 경기차 방문 했을 때는 남미 스타일의 바비큐 요리를 대접받기도 했다. 매일매일 다른 음식을 맛보는 것은 남극생활에서의 특별한 즐거움이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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