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사를 마치고서 들은 우스갯소리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길을 가던 학생에게 전도하던 사람이 "예술(예수를) 믿으세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 학생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그게 제 전공(예술학)인데요, 믿는 것까진…" 흔히 우리가 말을 줄여 쓰는 상황에서 생긴 문제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대화이다.

필자는 일상적인 대화에서 줄임말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래도 바른 우리말 사용에 대한 의식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겠지만 대학 전공 시간에 줄임말을 사용하다 선생님께 지적당하던 친구를 바로 옆에서 목격한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한 친구가 공지사항을 칠판에 적었는데, 그 내용에 `***쌤`이라고 썼던 부분으로 지적을 받은 기억이 선명하다.

`***샘`이라고 썼다면 꾸지람을 덜 들었을까. 선생님을 줄여 쓴 `샘`은 본말의 각 음절에서 초성(ㅅ),중성(ㅐ),종성(ㅁ)을 선택해 만든 나름 체계적인 줄임말이다. 이러한 탄탄한 구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줄여 쓰고 있는 듯하다. 필자 역시 문법적으로 이해되는 줄임말은 시나브로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줄임말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통적인 측면에서의 걱정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줄임말은 위의 `샘`과 같은 말보다는 이른바 `급식체`처럼 정체를 가늠하기 힘든 말에 한정한다. 지난 학기 강의에서 학생이 과제에 `JMT`라는 말을 문장에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무슨 뜻인지 물었더니 잠시 머뭇거리며 `존맛탱`의 영자 표기라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존맛탱`은 무슨 뜻이냐 물었더니 `아주 맛있다`라는 뜻이라며 얼버무렸다. 누가 들어도 순화하여 전달하였음을 짐작게 하는 말이다.

줄임말은 아니지만 다른 예로 `고인물`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후배가 있어 그 뜻을 물었더니, 게임에서 사용하는 말로 그 분야에 전문적인 사람을 일컫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흐르는 물`과 달리 그 게임에 오래 머물러 있어 `장인` 위치의 사람을 말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썩은물`이라는 말도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고 한다.

한때 예능 방송에서 신조어의 의미를 추리하는 방식으로 한 꼭지를 진행했다. 이때 신조어들은 대부분 줄임말이었기 때문에 그 말의 본뜻을 알기 쉽지 않았다. 이에 문제 단어를 제시하고 그 의미를 추리하기 위한 도움 자료로 어린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생각하는 의미를 도움말로 제공하곤 했다. 이 방송이 당시 상당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건 신조어가 그 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성했던 시기에 지침의 역할을 잘 수행하였기 때문이다. 줄임말 및 신조어 사용에 대한 문제를 짚어주고, 바른말로 교정을 해주는 내용도 포함해 소통뿐만 아니라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장려하였다는 데에서 큰 역할을 해냈다. 즉, 연령층 간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세태를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예능 방송에서는 이러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줄임말을 포함한 다양한 신조어들, 그리고 비속어까지 버젓이 방송하고 있다. 실제로 한 예능에 고정으로 나오는 배우는 비속어를 서슴없이 내뱉는다. 필자 역시 재미있게 보던 방송이었고, 뉴스도 아니고 예능에서의 한 두 차례 그런 장면은 너무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배우들의 언행은 매우 걱정스러운 정도로 변하고 있다. 비속어를 발언했을 때 입 모양을 자막으로 가리거나 무음 처리를 하지만, 온전히 막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비속어가 이렇게 처리되는데 신조어는 어떻겠는가.

필자의 이러한 접근은 다른 시각에서 너무 진지한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이견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줄임말, 신조어 사용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상황에 맞는 말과 글을 사용하도록 권하고 싶다. 옷을 `T.P.O` 즉, 시간(Time)과 장소(Place) 그리고 상황(Occasion)에 맞춰 입듯이, 말과 글에서도 이러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 공식적으로 제출하는 과제에 줄임말로 문장을 구성하거나 타인에게 오해를 살 수 있는 신조어를 사용하는 일은 경각심을 갖고 행해야 할 것이다. 방송에서도 말과 글 사용에 주의해 시청자가 올바르지 않은 언어사용에 무뎌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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