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1번째, 눈물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지난 20-22일 1차 상봉에서는 남측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을 찾았고, 2차 상봉에선 북측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81명과 동반 가족들이 남측 가족들을 만났다. 남북 이산가족의 대상으로 분류되는 범위는 일반적으로 해방 전후 및 한국전쟁 전후 약 500만 명이 남한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에 근거해 남북한 통틀어 1000만 가족으로 불려지고 있다. 남북분단 등으로 인해 발생한 남북이산가족문제는 인도적 차원에서 하루바삐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이산가족문제 해결을 대북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설정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 왔다. 정부의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인식과 접근태도는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이산가족문제는 인권문제로써 결코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남북분단이 65년 이상 지속되면서 이산가족이 고령화됨으로써 이들의 재회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이산가족문제는 순수한 인도적 문제로써 정치·군사적 현안과 달리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이산가족의 상봉은 단순히 가정의 재회 및 재결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민족정서를 치유하고, 나아가서 민족적 이질성을 극복해 사회적 통합을 촉진시키는 매체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의 분단국가의 경우를 보아도 과거 서독과 동독, 월남과 월맹, 그리고 남예멘과 북예멘 등은 우선 친족 방문 등의 명목으로 상호 방문을 먼저 실시한 연후에 점차 확대해 정치, 경제, 군사, 스포츠 등의 분야로 발전시켜 결국 통일을 이룩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한국과 같이 분리된 상태로 남아있는 중국과 대만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사상과 체제 등 서로간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친족 방문을 포함, 관광 및 산업관계 등의 명목으로 상호 인적교류가 전면적으로 허용되고 있고 서신교환은 무제한으로 하루에도 수만 통이 오고가고 있으며 전화통화도 완전히 개방돼 있다.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중국과 대만간의 경제적, 인적 교류는 실로 우리의 예상을 훨씬 초월한 속도와 규모로 추진되어 오고 있다. 친족방문을 통한 인적 교류는 자연히 경제·사회·문화교류 등 다각적인 중국과 대만간의 교류·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중국과 대만관계를 단절과 고립의 상태에서 교류와 협력의 관계로 변모시키는데 기여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3년 만에 남북한 당국의 합의에 의해 이산가족문제의 해결과정이 시작됐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상시적인 남북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시행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현재 시범적인 상봉사업만 이뤄지고 있는 단계에서 상봉의 제도화 단계로 넘어가자면 북측 역시 이 문제의 해결과정이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결국 이산가족문제 해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당국의 대북 협상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대한 과제이다. 북한 측의 자발적인 태도 변화에 의존하기보다는 역시 적극적인 유인책과 협상기술이 필요하다. 이것은 또한 이산가족문제를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한다는 일관된 원칙 및 전략 수립을 요구한다.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협상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인도주의적 문제라고 하더라도 다른 문제들과 포괄적이고 탄력적으로 연계시키는 넓은 의미에서의 상호주의를 지키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대화가 공전을 거듭한 바탕에는 이 문제를 순수한 인도주의문제로 인식하는 우리와는 달리 북한은 이를 고도의 정치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깔려 있다. 북한 당국이 체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우려해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산가족의 상봉으로 인한 외부정보의 유입은 북한체제 유지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이산가족문제를 인도적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전략적 접근을 견지해온 것이다.

따라서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시각 차이를 극복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과거 6·15 남북공동선언 제3항에서 이산가족문제를 `인도적 문제`로 합의한 것은 하나의 성과로 볼 수 있는데 앞으로 북한이 이산가족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들 때, 남북공동선언 정신을 상기시키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남북 적십자회담시 북한 당국에게 적십자사는 정치적인 단체가 아니라 인도주의 문제를 다루는 단체임을 상기시키고 정치적인 문제를 배제하고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설득시켜야 할 것이다. 남북이산가족문제의 해결의 열쇠는 이 문제의 탈정치화에 있기 때문이다.

민병찬(한밭대 교수, 대전시 4차산업혁명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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