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코드(dress code)`는 특정한 모임이나 장소에서 요구하는 복장을 말한다. 호스트가 복장을 굳이 지정하는 것은, 모임이나 행사에 초대된 사람들끼리 서로 인정하고 우리라는 동질감을 갖게 함이다. 드레스 코드를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모임에 참석하는 최소한의 예의의자, 성의라고도 볼 수 있다.

호스트인 문화재청은 지난 2016년 전국을 대상으로 공모사업을 하면서 일명 `드레스 코드`를 부여했다. 지역의 역사성을 간직한 문화유산과 주변의 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다양한 역사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 문화재 야행으로 명명된 이 사업에 첫해 10개 도시가, 2017년 18개, 올해는 25개 도시가 선정됐다. 호스트가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별로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출신인 한범덕 청주시장은 `시장이 들려주는 문화재 이야기`라는 토크 콘서트를 열며 적극성을 보였다. 여수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전라 좌수영의 출정 모습을 개막식에 생생하게 재현해 행사의 몰입감을 높였다. 공주는 제민천 일원에서 `청사초롱로드`와 `다리 위 빛의 향연` 등 문화재와 문화재를 아름다운 빛으로 연결하며 낮에는 볼 수 없었던 지역 문화재의 감춰져 있던 새로운 매력을 발견케 했다.

문화재 야행은 이렇게 어렵게만 느껴지던 지역의 문화재를 밤에 천천히 걸으면서 쉬운 해설과 각종 공연, 체험 등을 통해 문화 유산을 알아간다는 점에서 기존 축제와는 성격을 달리해야 한다. 축제는 한 자리 혹은 한정된 장소에서 유희성, 일탈성, 대동성을 기반으로 체험과 전시, 공연, 이벤트를 체험하지만, 야행은 문화재와 문화재 사이의 동선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다.

문화유산이 밀집해 있는 군산이나 순천과 달리 동선 잡기가 쉽지 않은 대전은 그런면에서 조건적으로 불리하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재 야행에 교복을 입고, 딱지를 치며 7080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는 7080축제가 돼서는 곤란하다.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간다는 `금의야행(錦衣夜行)`은 보람이나 의미가 없는 행동을 비유한다. 호스트가 국비까지 지원해가며 지정한 드레스 코드를 부인하고 비단옷 입고 밤길을 걸어서야 되겠는가.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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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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