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①대전에 대형 시민광장 없는 까닭은

엑스포시민공원의 전경.  사진=대전시 제공
엑스포시민공원의 전경. 사진=대전시 제공
우리 주변에는 불합리한 일들이 많다. 시민들이 모르고 지나치거나, 알면서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어떤 문제나 사실에 대해 의문을 갖고 들여다 보면 개선방안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기 마련이다. 크고 작은 지역의 현안에서부터 시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까지 `왜(why)`로 시작되는 관심이 불합리한 일들을 개선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일상에서 스쳐 지나쳤던 불합리함을 발굴해 원인과 대안을 찾아보는 기획시리즈 `why`를 연속보도 한다.

"대전지역에는 시민이 중심이 돼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대형광장이 왜 없을까요?"

대전의 상징이자 시민들의 애환이 담긴 대형광장들이 규모가 축소되거나 기능을 상실하면서 시민을 위한 대형광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28일 대전시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그동안 지역에서 대전역광장, 서대전광장, 둔산대공원(엑스포시민공원) 등이 대형광장으로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 규모가 축소되거나 각종 시설물이 조성되면서 의미가 퇴색됐다.

우선 시민들의 애환과 정취가 배어 있는 대전역광장의 경우 2000년대 중반 이후 여러 시설물들이 설치되면서 광장의 기능이 떨어졌다. 이 곳은 2000년대 초반까지 대전의 상징으로 역할을 해왔다.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시위, 집회 등이 줄곳 열리며 대전과 역사를 함께해왔다. 하지만 고속열차가 통과하며 역사가 신축되는 등 현대화 사업이 이뤄졌다. 도시철도 1호선 출입구와 택시승강장, 주차장 등의 시설물이 설치되면서 광장의 규모는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현재의 면적은 1만 553㎡로, 여러 시설물을 제외하면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고작 2560㎡에 불과하다. 이제는 광장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엑스포시민공원도 마찬가지다. 이 곳은 3만 4244㎡ 부지에 녹지와 자전거트랙 등이 마련돼 있다. 넓은 공간으로 구성돼 여러 단체에서 행사 등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 곳에는 무빙쉘터가 자리잡으면서 시민광장의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스포츠와 레저활동을 하기 위한 시민들이 주로 찾고 있어 광장의 기능이 축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대전광장도 대형광장으로 명성을 이어가기에 아쉬움이 없지 않다. 3만 2462㎡의 부지에 잔디광장 및 녹지가 펼쳐져 있어 그동안 월드컵 시민응원전, 여러 시위와 각종 단체의 집회활동 등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 곳 역시 각종 운동시설과 주차장 등의 시설물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중구가 해당 공원에 문화시설 계획을 시에 요청한 상황이어서 향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지역의 기존 광장들이 기능이 떨어진 만큼 시민을 위한 새로운 광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시민광장 조성 계획을 민선 7기 허태정 시장의 핵심공약인 `둔산 센트럴파크` 계획과 연계해 검토가 이뤄진다면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시민이 자주 찾는 보라매 근린공원을 시청 남문광장과 연결하면 대전의 새로운 광장으로 조성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2만 1701㎡ 규모의 보라매 공원과 5000㎡에 달하는 남문광장을 연결하면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대형 광장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 이 곳의 시설물 설치를 가급적 최소화하고 나무와 숲 공간은 공원 외곽으로 이동해 식재한다면 대전의 대표 광장으로 조성하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보라매 공원과 남문광장은 최근 여러 행사가 열리는 등 대전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는 곳이다.

지역의 한 대학 도시공학과 교수는 "시민광장이 부족하다는 문제 지적에 공감한다. 보라매공원과 남문광장의 시설과 접근성을 따져볼 때 시민광장으로 조성하기에 충분해 보인다"라며 "다만 기존 공원사이를 가로지르는 도로의 재정비 문제만 해결한다면 비교적 큰 규모의 광장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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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시민공원 무빙쉘터의 모습. 사진=대전시 제공
엑스포시민공원 무빙쉘터의 모습. 사진=대전시 제공
서대전광장의 전경. 사진=대전시 제공
서대전광장의 전경.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의 상징이자 시민들의 애환이 담긴 대형광장들이 규모가 축소되거나 기능을 상실해 대형광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시청 남문광장과 보라매 공원을 연결(빨간색으로 표시된 점선)해 대전만의 색깔을 담은 광장으로 조성하자는 대안이 떠오르고 있다. 사진=신호철 기자
대전의 상징이자 시민들의 애환이 담긴 대형광장들이 규모가 축소되거나 기능을 상실해 대형광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시청 남문광장과 보라매 공원을 연결(빨간색으로 표시된 점선)해 대전만의 색깔을 담은 광장으로 조성하자는 대안이 떠오르고 있다. 사진=신호철 기자

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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