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여정 (정세현·황방열 지음/메디치/304쪽/1만 6000원)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이 한 차례씩 열린 데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올해만 유례없이 두 차례가 열렸고, 내달 평양에서 한 차례가 더 열릴 예정이다.

북한과 미국은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이후 70년간 정상회담이 단 한 차례도 열린 적이 없었으나 6·12 북미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열리면서 드디어 한반도에도 평화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이 의미가 큰 것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 미사일이 자국 영토까지 넘볼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 됐다는 점에서, 북한 입장에서 보면 더 이상 폐쇄 경제를 지속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열렸다는 사실이다. 자그마치 70년간 최강 적대관계에 있던 두 정상은 2020년까지 각자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판을 뒤엎을 수도, 유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저자 정세현은 이 분야 최고 전문가로 풍부한 현장 경험과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한반도 정세 변화를 명쾌하게 짚어낸다. 특히 북한과 미국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문재인 정부가 자국 중심성을 잃지 않고 한반도 문제의 주인으로서 어떻게 `운전자론`을 이끌어 가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 내부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입장차가 극명하게 엇갈려 왔던 것은 물론이고, 고립과 폐쇄정책으로 일관해온 북한 체제에 대해서도 편견에 갇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선대와 달리 파격적 행보를 펼치고 있는 김정은 체제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과거와 현재를 읽어낼 수 있는 탁월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정 전 장관은 남북회담이 가장 빈번하던 시절에 대북 접촉을 가장 많이 한 사람으로, 197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총 170여 개의 남북합의서가 작성된 가운데 73개를 통일부 장관 재임 중에 작성했다는 점에서 국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아울러 지금의 변화가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할아버지`의 입장에서 상세하게 알려준다.

저자는 비핵화와 북미수교를 맞바꾸는 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일어나는 가운데 우리가 어떻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한편 주변국들도 저마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챙기기 위해 한반도라는 투전판으로 몰려들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서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반도 국제질서가 재편됨에 따라 주변국들과의 `관계의 판`은 어떻게 재정비해야 하는지 풍부한 사례를 들어 전후 맥락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서지영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지영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