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실크로드. 한반도에서 중국과 러시아, 몽골을 거쳐 유럽을 잇는 연장 9500여㎞에 달하는 대형 철도프로젝트의 명칭이다. 고대 중국이 서역과 무역을 거래하며 6400㎞의 거리를 오갔던 `실크로드`의 명칭을 차용한 철의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단순히 철로를 연결하는 것 이상의 값어치가 존재한다. 한반도는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해 둘로 나뉘었고, 이중 남한은 육로가 끊겨 섬나라와 진배없는 상황을 68년간 겪어왔다. 철의 실크로드는 끊어진 육로를 잇는 사업으로 남한이 동북아 진출뿐만 아니라 북한과 실질적으로 접촉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新베를린 선언에 이어 올해 러시아 하원 연설, 8·15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시베리아 횡단열차(TSR) 연결,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제안을 말하며 철의 실크로드 실현를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통일부를 비롯한 철도 관련 정부부처, 공공기관, 출연연구기관은 남한과 북한의 철로연결을 비롯 유라시아 대륙 진출을 위한 준비를 착수한 상태다. 남과 북을 잇는 주요 철길은 서쪽으로는 경의선, 동쪽으로는 동해북부선이 자리한다.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열차와 연계된 곳은 동해북부선으로 북측 구간은 강원도 고성 제진역까지 이어져 있으나 제진부터 강릉까지는 미연결구간으로 남아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13일, 남측 단절구간인 제진역을 찾은 자리에서는 철로를 통한 출입국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사람과 기차만 완비되면 언제든 남한에서 북한을 거쳐 러시아 하산, 블라디보스톡에 도달해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유럽을 왕래할 수 있는 셈. 철의 실크로드가 세간의 이목을 받자 대전지역도 덩달아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철도의 도시이자 철도 메카인 대전은 양대철도기관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철도시설공단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한반도를 관통하는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점 또한 대전이다. 철도시대가 도래했을 때 중심축으로 활용할 기반이 충분한 도시인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존재한다. 대전역세권개발사업 추진을 비롯해 철도박물관 유치, 철도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 등이 더해진다면 철의 실크로드 시대에 걸 맞는 철도메카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취재2부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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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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