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제일 눈길이 가는 뉴스는 "합계 출산율이 1.0명 이하로 내려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가 점점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숫자이다. 올해 2분기 출생아가 겨우 8만 2000명이란다. 비율로 보면 1년 동안 32만 8000명이 겨우 될 것이란 말이다. 우리 시대의 대명사로 불리는 58년 개띠들, 1958년에는 92만 명의 아기들이 태어났었다. 1958년에 비해 아기 인구는 거의 1/3로 줄고 있다. 그것도 급속도로 줄고 있다.

출산율 쇼크가 사회문제가 된 2005년 이후로 10년간 무려 130조 원의 저출산 예산이 들어갔다고 한다. 예산을 뿌릴 만큼 뿌렸는데 왜 아이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이유가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신혼부부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초혼 연령은 1990년대 28세에서 2017년 33세로 늦어지고 있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결혼이 늦어지니 자녀 계획은 당연히 늦어진다.

두 번째 이유는 결혼하는 신혼부부들이 아이 갖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란다. 아이 한명을 대학졸업 때까지 기르는데 3억이 넘게 들어간다고 한다. 단순히 생각해 봐도 아이를 갖겠다는 계획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해졌다. 아이가 없으면 그 돈으로 삶을 즐길 수 있다는 단순 논리가 생겼다.

세 번째 이유는 아이를 갖게 되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불이익이다. 그 동안 아이를 가지는 것은 세상의 어떤 일보다도 값지고 행복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 모든 과정이 너무너무 힘든 여정이 되어 버렸다. 출산과 육아를 겪어야 할 여성의 경력단절로 인해 가계 수입이 줄어들지는 않을지, 앞으로 태어날 아이가 자라면서 받게 될 스트레스와 입시, 취업문제 등이 요즘 막 부부가 된 사람들이 대충 셈해야 하는 과정들이다.

아이를 가지면서 치르는 `행복비용`이 너무 커져서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사회문제를 아이들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3포세대란 말까지 나오지 않았던가. 연애, 결혼, 출산.

이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과학적 접근법은 없을까?

"나이키의 적은 닌텐도"라는 서적이 한때 많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복잡해진 사회로 인해서 A사 운동화의 적(敵)은 B사 운동화가 아니라 운동을 못하게 막고 있는 비디오 게임이라는 논리다. 결과를 낳는 원인이 매우 다른 (혹은 엉뚱한) 차원에 존재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아이 문제도 그렇다. 아이가 사라지는 사회에서 아이 낳는 일의 마지막 부분만 줌-인(zoom-in)해서 바라보고 있으면 당연히 출산율, 불임, 결혼 이라는 단어만 보일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줌-아웃(zoom-out)하면 다른 단어가 보인다. 직장, 취업, 경력단절, 교육비, 입학, 양육비 등.

인구 구성면에서 우리사회는 이미 심각한 지경에 도달하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손을 써 보지도 못할 심각한 후유증을 가지게 될 일인데 모두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살고 있다. 인구의 문제는 떡가래 뽑듯이 되는 일이 아니다. 점탄성 물체처럼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받은 충격이 나중에 나타나게 된다. 그 때는 지불해야 하는 사회비용이 더 엄청나게 높아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으로, 시민으로 산다는 것은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참가와 노력도 필요하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은 연애할 수 있고, 취업할 수 있고, 여성은 아이를 낳는 일이 제일 기쁜 일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내가 무엇을 해야 그렇게 해 줄 수 있는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다. 우선은 내가 일하는 직장의 여성 동료들의 문제점을 배려해 주는 일부터 시작해 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손해 안보고 해주는 쉬운 배려 말고, 내가 조금 더 힘들어도 감수할 수 있는 용감하고 씩씩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현균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료융합표준센터/책임연구원/의과학산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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