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5시 20분 쯤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의 한 연립주택 반지하공간이 물에 잠긴 모습. 사진=독자제공
28일 오전 5시 20분 쯤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의 한 연립주택 반지하공간이 물에 잠긴 모습. 사진=독자제공
"말도 못해. 물 퍼내다가 지쳐서 지금 이 상태야. 여기서 20년을 살았는데 이런 일은 처음 겪어보네."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에 사는 재모(64)씨는 이곳에 거주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물폭탄`을 맞았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빗소리에 오전 5시 쯤 눈을 뜬 연립주택 건물주인 재씨가 건물 지하층에 내려갔을 땐 이미 물이 차오르기 시작해 거주자들이 혼비백산 하고 있을 때였다. 반지하층 벽의 석고보드는 이미 물을 흡수해 벽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물에 들어놓은 보험도 자연재해는 보장하지 않는 탓에 재씨는 "황당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구암동 일대는 28일 새벽 쏟아진 폭우로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유성구 장대동의 농어촌공사 장비보관소 인근 주택가는 이날 정오가 다 되도록 하수도에서 역류한 물이 빠지지 않아 허리까지 물이 차 올랐다. 거리 곳곳에는 불어나는 물을 미처 피하지 못한 차량들이 침수된 채 주차돼 있었고, 이곳을 지나는 몇몇 차량들은 흙탕물 웅덩이 앞에서 우회로를 찾아야 했다.

이날 오전 5시 10분 쯤 반석천이 범람하고 도로 하수관이 역류하면서 도로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차량을 옮기고 수해에 대비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물길은 연립주택의 반지하를 채우고 상가 1층까지 밀려들었다. 주민들은 양수기를 공수해 지하실에 찬 물을 퍼내고 조금이라도 수해를 줄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곳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여·60)씨는 "식자재 창고에 쌓아둔 천일염 7포대가 모두 빗물에 녹아 사라졌다"며 "들어둔 화재보험도 수해는 보장하지 않아 피해보상도 받지 못하게 생겨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8차선 도로 궁동 사거리 유성대로에 서 있는 빌딩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빌딩 462㎡(140평) 규모의 빌딩 지하실 전체가 잠겨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물이 가득 찼다. 소방차 2대가 출동해 빌딩의 양쪽에서 굵은 호스를 연장해가며 물을 퍼 올렸고, 오후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바닥이 드러났다.

유성구 구암동 소재 한 연립주택 1층에 사는 한 88세 독거노인은 밤사이 내린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로 큰일을 당할 뻔했다. 노인의 옆집에 사는 양희창(52·구암동)씨는 새벽 5시쯤 집안 내부 하수구에서 물이 역류하면서 온 집안이 물바다가 됐고, 물을 퍼내는 도중 옆집에 치매를 앓고있는 독거노인이 생각나 노인의 대피를 도왔다. 양 씨는 "새벽에 집안이 침수돼 물을 퍼내는 도중 옆집 독거노인이 생각나 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갔다"며 "집안 바닥에는 이미 물이 들어차있는데 선풍기와 멀티탭 등이 전원이 켜진 채 바닥에 그대로 있어 급히 높은 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현재 노인은 관할 주민센터의 도움을 받아 인근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구 장대동과 구암동 일대는 주변보다 지대가 낮은데다 급속한 주거지구 개발로 땅으로 흡수되지 못한 비가 반석천으로 흘러들면서 범람이 우려되는 지역이었다.

침수 현장에 있던 한 장대동 주민은 "이번 수해의 근본적인 원인은 반석천을 따라 급격하게 주거지역을 개발하면서 하수관공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있다"며 "그간 노은동과 반석동에 내린 비가 모두 반석천으로만 흘러들어 왔고 이번처럼 유례없는 큰 비에 반석천보다 지대가 낮은 장대동 일대가 물에 잠긴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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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5시 20분 쯤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의 한 연립주택 반지하공간이 물에 잠긴 모습. 사진=독자제공
28일 오전 5시 20분 쯤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의 한 연립주택 반지하공간이 물에 잠긴 모습. 사진=독자제공
28일 오전 5시 20분 쯤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의 한 연립주택 반지하공간이 물에 잠긴 모습. 사진=독자제공
28일 오전 5시 20분 쯤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의 한 연립주택 반지하공간이 물에 잠긴 모습. 사진=독자제공
28일 오전 5시 20분 쯤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의 한 연립주택 반지하공간이 물에 잠긴 모습. 사진=독자제공
28일 오전 5시 20분 쯤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의 한 연립주택 반지하공간이 물에 잠긴 모습. 사진=독자제공
28일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 궁동네거리 유성대로 인근 빌딩 지하에 물이 가득차 소방차 2대가 출동해 소방관들이 물을 퍼 올리고 있다. 사진=서지영 기자
28일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 궁동네거리 유성대로 인근 빌딩 지하에 물이 가득차 소방차 2대가 출동해 소방관들이 물을 퍼 올리고 있다. 사진=서지영 기자
28일 오전 10시 30분 쯤 침수피해를 입은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의 한 연립주택 반지하. 이날 새벽 5시 20분 부터 물을 퍼올리기 시작했지만 양수기로 채 퍼올리지 못한 울이 여전히 남아있다.  사진=서지영 기자
28일 오전 10시 30분 쯤 침수피해를 입은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의 한 연립주택 반지하. 이날 새벽 5시 20분 부터 물을 퍼올리기 시작했지만 양수기로 채 퍼올리지 못한 울이 여전히 남아있다. 사진=서지영 기자
28일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 궁동네거리 유성대로 인근 140평 규모의 빌딩 지하에 물이 가득차있다. 사진=서지영 기자
28일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 궁동네거리 유성대로 인근 140평 규모의 빌딩 지하에 물이 가득차있다. 사진=서지영 기자
28일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 궁동네거리 유성대로 인근 빌딩 지하에 물이 가득차 소방차 2대가 출동해 소방관들이 물을 퍼 올리고 있다. 사진=서지영 기자
28일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 궁동네거리 유성대로 인근 빌딩 지하에 물이 가득차 소방차 2대가 출동해 소방관들이 물을 퍼 올리고 있다. 사진=서지영 기자
28일 유성구 구암동 소재 한 연립주택 내부는 하수구에서 물과 함께 역류한 토사물이 남아있고, 물에 젖은 바닥 장판을 걷어낸 탓에 앙상한 시멘트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28일 유성구 구암동 소재 한 연립주택 내부는 하수구에서 물과 함께 역류한 토사물이 남아있고, 물에 젖은 바닥 장판을 걷어낸 탓에 앙상한 시멘트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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