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국진 대전교육과학연구원장 인터뷰

"대전은 학생들이 책과 교실의 울타리를 넘어 생동감 있는 과학공부를 할 수 있는 과학교육의 장입니다."

윤국진 대전교육과학연구원장은 "생동감 넘치는 과학교육을 펼칠 수 있는 과학도시"라며 대전을 이같이 표현했다. 윤 원장은 "대전처럼 시내버스를 타고 저명한 과학자를 만나러 갈 수 있는 도시는 전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다"고 강조한 뒤 "다양한 과학·연구기관이 과학도시 대전이 과학교육발전을 이끌 수 있는 훌륭한 자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전교육에서 최첨단 과학연구단지 등 과학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장 간 정기 모임을 통해 공동연구와 과학교육 프로젝트 운영 논의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대전 지역 과학인프라를 교육과정에 접목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과학 인프라 덕분에 학생들이 자발적인 탐구학습을 통해 학교교육과정의 틀을 넘는 학습이 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하며 최근 대전 학생들 사이에서 형성된 분야별 과학 마니아층을 예로 들었다.

윤 원장은 "보통 과학 동아리가 과거에는 관련 대회 참가를 위해 일시적으로 활동했지만 요즘은 어릴 때 과학 동아리에 가입해 성인이 될 때까지 활동을 지속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과거 동아리 활동을 했던 학생이 자라 교사가 돼 제자들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대전에는 70여 개 천문동아리가 있다. 별 관측 대회 등 관련 행사를 열고 동아리 학생들이 시민을 대상으로 봉사활동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 외에도 곤충, 기계, 지질, 화학 등 다양한 과학 동아리들이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 원장은 현대사회에서 과학교육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그만큼 다양한 문제도 많이 생긴다"며 "학생들은 과학교육을 통해 문제 해결 과정과 합리적 사고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과학교육이 개인, 사회, 전 인류적 문제해결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윤 원장은 과학교육을 어렵고 딱딱하게 바라보는 인식들이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넘어서야 진정하게 학생이 행복한 과학교육을 실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낙엽이 떨어지는 현상을 단순히 과학적 원리로만 설명을 하면 학생들은 지루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낙엽이 떨어져 바닥에 있는 도토리 알맹이를 덮어서 감추고 얼어죽지 않게하는 모습을 어머니의 모정과 연결시키면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조언했다.

과학적 현상을 설명하는 데 감성적 요소를 활용하면서 그는 앞으로 과학교육만큼이나 인성교육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미래 인재는 실력 뿐 아니라 감정을 가진 데 강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최근 많은 분야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고 있지만 그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말하며 창의성 발휘와 분야간 융합, 협업이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분야에서 말하는 창의·융합인재는 한 가지 분야에 높은 전문성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따뜻함까지 갖춘 영재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서 따뜻함, 즉 인성은 인품이 아닌 인간의 특징적인 성질을 말한다"며 "참을성, 끈기, 도전정신, 성실성, 자존감 등 인성요소가 창의·융합인재를 만드는 필수요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재가 `호기심, 끈기를 통한 전문성 축적 → 친밀감, 소통능력, 예의를 통한 관계성 발달 → 리더십 발현`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협업이 가능한 융합인재가 된다"며 "로봇에게는 사람이 경험을 통해 얻는 참을성, 끈기, 도전정신 같은 인성이 없기 때문에 진정한 협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융합인재 양성과 관련해서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학생의 자존감을 높여줘야 한다고 요약했다. 그는 "아이의 자존감 형성은 아이를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며 "아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의 호기심과 욕구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게 할지 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모와 교사가 아이들에게 자율권을 줘 많은 것을 허용하고 작은 성취도 인정해 줘야 한다고 당부하면서도 학생들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원장은 "자기 스스로가 좋아하거나 하고나면 즐거운 일을 찾아 그 일에 몰두해야 한다"며 "동시에 행동 하나하나에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마지막으로 대전의 과학교육 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가 지향해야 할 점을 제시했다.

"학생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그들에게 계속해서 자율권과 도전과제를 제공하는 교사와 주어진 도전과제를 수행하고 그것을 넘어 탐구하는 호기심, 끈기를 가진 학생이 비로소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습니다."

김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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