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 교수
이형권 교수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꼴찌인 나라, 고령화가 가장 급속하게 진행되는 나라, 자살률이 1위인 나라, 청년 취업률이 바닥을 치는 나라,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나라, 세대와 계층 간의 갈등이 심각한 나라,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나라, 학령인구가 급감하여 폐교가 속출하는 나라…….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주소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저출산 문제이다. 최근에 국민 연금과 관련한 사회적 혼란도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려 발생시킨 것이다. 젊은이들은 날로 줄어들고 노령 인구는 급증하다 보니 연금 고갈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이 일자리의 선순환 구조를 망가뜨린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역대 출생아가 가장 많은 시기는 1960년과 1970년, 그리고 1971년이었다. 이 시기의 출생아의 수는 한 해 100만 명을 넘었다. 1955년부터 1982년까지는 지속적으로 80만 명 이상의 신생아가 태어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2002년부터 50만 명 선이 무너져 40만 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의 출생아 수는 급기야 4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출생아 수는 오래 전부터 50만 명 이래로 내려가 6·25전쟁 시기인 1950년에 56만 1000여 명, 1951년에 60만 1000여 명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극한적인 전쟁 시기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셈이다. 여성 1인당 신생아 출생율이 1.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어느 미래학자는 이런 속도로 가면 한민족의 종족 보존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혹독한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것일까? 인간이 자식을 낳고 키우는 것은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일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삶보다 자식들에게는 더 행복한 미래가 가능하고 여길 때 아이를 낳는다. 자신보다 자식이 더 불행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아이를 낳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부부들은 안타깝게도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부정적 생각은 결국 주거나 육아의 문제로 귀결된다. 결혼을 해도 살 만한 집이 없고, 아이를 낳아도 키울 만한 여건이 되지 못한다. 봉급생활자들이 대도시에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적어도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걸린다는 주장도 있다. 육아 문제도 심각하다. 맞벌이가 많은 젊은 부부들이 어린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만한 곳이 없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저출산 문제는 아주 시급한 사안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것은 어쩌면 북핵 문제나 환경 문제보다도 더 시급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을 하고 있다. 중앙 정부의 대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고, 지자체의 출생 장려금이나 유아 수당은 출산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 역부족이다. 대통령과 정치가들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우리 사회의 주거 문제와 육아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젊은이들은 앞으로도 결혼을 하여 출산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어 출산 기피 풍조가 고착화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국가 예산과 정책 수단을 더 과감하게 저출산 대책 쪽으로 집중해야 한다. 신혼부부의 주거나 육아 문제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전략과 관련된다는 인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안일하고 소극적인 대책을 반복해서는 달라질 게 없다.

저출산 대책은 혁명 수준의 변화와 대책이 필요하다. 몇 해 전에 이슈화 되었던 대학 반값등록금처럼, 출산을 하는 신혼부부들에게 반값 아파트와 반값 보육료를 제공하면 어떨까? 다소 허황되게 들리지 모르지만,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인구 절벽, 그것이 가져올 대재앙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형권 충남대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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