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조현 지음/ 휴/ 432쪽/ 2만원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도시 지역 거주 비율은 1960년대엔 40% 미만이었지만 30년 후인 1990년엔 82%, 지난 해엔 92%까지 늘었다. 농촌 마을에선 부모가 농사일이나 다른 일을 하더라도 많은 형제 자매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이웃집 아줌마 등 제 2,3의 안전망이 있었다. 엄마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지켜보는 대가족과 마당이라는 천연의 안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엄마와 대가족을 빼앗긴 채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이들은 분리 공포를 느끼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 관계를 회피하고 이로 인해 타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도 힘들어한다.

서울시가 1인 가구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대체로 혼삶에 만족하지만 10명 가운데 6명이 경제적 문제로 고민했다. 27%는 건강을, 26%는 노후 생활을 걱정했다.

그래서 홀로 있어도, 함께 있어도 괴로워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을과 공동체가 주는 최대 장점은 노예살이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자본가들의 사냥에서 벗어나게 하고, 히말라야의 산양들은 설표에게 사냥당하지 않으려고 천 길 낭떠러지 위만 돌아다니며 생명을 유지한다. 마을공동체살이란, 부익부 빈익빈과 지구 황폐화를 가속화하는 소비와 환경 파괴에 맞서는 혁명에 가담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내가 만난 마을과 공동체 사람들은 이웃과 어울리느라 인터넷이나 게임, TV에 빠져있을 틈이 없었다"며 "남에게 으스댈 필요도 없고 사치를 부추기는 마케팅에도 동요되지 않으니 돈을 지출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책은 기존 마을을 좀 더 사이좋고 재미있는 마을로 변화시킨 `전환 마을`과 도시에서 열 집 정도가 함께 집을 지어 사는 `공유 주택`, 서울의 `은혜공동체` `소행주 1호`, 경기의 `마을 카페 다락`, 경남의 `민들레공동체` `성모울타리공동체` 등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내의 마을과 공동체 18곳부터 소개해 공동체의 삶과 특징,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냈다.

욕망과 집착을 놓아버리고 삶의 가치관을 달리한 그들의 삶에서 물질의 힘이 아닌 마음의 힘을 엿보고, 함께하는 삶이 얼마나 많은 이로움이 있고 행복해지는 길인지, 얼마나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길인지 깨닫게 한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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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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