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쯤 지인이 한 통의 편지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교사 출신인 그는 답답한 마음에 이 편지를 써봤다고 했다. 받는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그가 편지에 언급한 내용은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 문제였다. 당시 `진에어`는 항공운송사업 면허취소 위기에 놓인 상태였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경영 논란으로 사회적 공분을 사면서 불똥이 `진에어`로 튄 것이다. 그는 서산에 있는 한서대학교의 항공운항과 졸업생에 제자가 있는 등 `진에어` 직원 중 이 학교를 졸업한 인재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남일 같지 않아 대통령께 편지를 올린다고 했다.

그는 "일부 기업들은 자신의 날개를 스스로 부러뜨리고 있다. 문제는 큰 가지 하나가 부러지면 그에 딸린 잔가지와 수많은 잎사귀들이 모두 자멸할 수밖에 없다"고 편지에 적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경영에 계열사인 `진에어` 직원과 그 가족, 나아가 `진에어` 하청업체 등 수많은 이들이 받아야 하는 고통을 걱정했다. 그의 바람대로 국토부는 최근 `진에어` 면허 취소로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이익보다 면허 취소에 뒤따를 근로자의 고용 불안, 여행객의 불편, 소액 주주의 손실 등 부정적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해 면허 유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진에어`의 일정기간 신규노선 허가, 신규 항공기 등록, 부정기편 운항허가 등을 제한하는 규제로 한진그룹 오너일가에 경고했다.

이처럼 잊힐 만하면 심심치 않게 나오는 기업들의 오너리스크. 일일이 거론하지 않아도 많은 기업들이 오너일가의 그릇된 경영이나 행동 등으로 사회 지탄을 받으면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과 함께 매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그 기업에 속한 구성원들이 피부로 받아야 할 몫으로, 최악은 직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이와 관련 오너리스크에 대한 설문 조사가 눈길을 끈다. 취업포탈 인크루트가 지난 5월 직장인 회원 54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조건이 좋은데 오너리크스가 우려된다면 이직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이직 의향이 없다`고 답한 직장인이 전체의 75.3%로 조사 됐다. 직장인들도 오너리스크가 우려되는 기업은 꺼리는 셈이다. 뿌리가 썩으면 튼실한 나무로 자랄 수 없다는 점은 정해진 이치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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