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상기온 지속되며 농가피해 커…과일 크기 작아지고, 출하량 줄어

21일 대전 유성구 대정동에서 배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 이창배(53)씨가 수확을 앞둔 배를 살펴보고 있다. 올해는 냉해와 가뭄, 폭염까지 이어지며 과수 크기가 작아졌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21일 대전 유성구 대정동에서 배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 이창배(53)씨가 수확을 앞둔 배를 살펴보고 있다. 올해는 냉해와 가뭄, 폭염까지 이어지며 과수 크기가 작아졌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21일 대전 유성구 대정동의 한 배농가. 대전의 특산물인 유성배를 키우는 농장주 이창배(53)씨는 한 손으로 집은 신고배를 내보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고배는 본래 두손으로 감싸 들어야 하지만 이씨의 손에 올려져 있는 배는 한 손에 쏙 들어왔다. 신고배는 크기가 큰 탓에 대표적인 추석 제수용 과일로 꼽힌다.

이 씨는 "예년에 비하면 배 크기가 한 손에 잡힐 정도로 작고 그마저도 울퉁불퉁하거나 햇볕에 데여 상품으로 쓸 수 없을 정도"라며 "지난 4월 냉해로 배꽃이 피지 못한 데다 유례 없는 폭염이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배의 크기가 들쭉날쭉한 것도 문제다. 지난 4월 냉해와 한 달간의 가뭄이 이어진 데다 폭염까지 더해지는 이상기온으로 배의 생육에 악영향을 미친 탓이다. 다른 농장에서 가져온 배는 최근 지속된 폭염으로 햇볕에 데여 한 쪽면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대과의 경우 750g 이상 상품이 출하량의 절반을 차지해야 하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수일 내로 불어 닥칠 태풍 피해에 대한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며칠 전 낙과를 방지하기 위해 방풍망을 설치해뒀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음달 10일부터 추석 명절을 앞둔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이씨의 얼굴에는 그늘이 졌다.

이씨는 "몇 년 동안 우리나라를 관통하는 태풍이 없었는데 이번에 냉해, 폭염에 이어 태풍까지 삼중고를 겪게 생겼다"며 "지난해에는 7.5㎏ 기준 배 2000박스를 출하했는데 올해는 작년에 비해 20% 정도 출하량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추석을 한 달여 앞둔 도매시장도 분위기는 밝지 않다.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대표 과일인 사과, 배를 포함한 포도, 복숭아 등이 대부분 작황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해 비해 추석이 빠르고 냉해, 가뭄, 폭염 등 이상기온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과수의 크기도 작아졌다는 게 도매시장 중도매인의 설명이다. 평년대비 상품성이 떨어지는 탓에 출하량이 줄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과일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인국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대전중앙청과 과일부 조합장은 "다른 과일에 비해 더위를 잘 이겨낸다는 사과도 속이 삶아질 정도로 올해 작황이 부진하다"며 "사과 홍로는 5㎏ 기준 지난해 1만 7000원 선이었지만 올해는 출하량이 줄어 2만 원대 중반까지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배와 감 역시 전년에 비해 각각 20%, 30% 이상 가격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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