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주 원장
하재주 원장
1959년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국가과학기술연구소로 출범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내년이면 60주년을 맞이한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첫 발을 내디딘 원자력연구원은 그동안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와 국가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 나가고자 각고의 노력을 펼쳐왔다. 그러나 설립 60주년을 앞둔 지금 이 순간에도 연구원 구성원들은 과거의 영광을 뒤돌아볼 겨를이 없다. 연구원의 과오에 대해 이미 수차례 국민들께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국민의 질타를 가슴깊이 받아들이고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과거의 원자력 기술자립과 수출의 성과, 그리고 현재 추진하고 있는 미래원자력 기술개발 등이 원자력연구원의 찬란한 빛이라면, 문제가 된 폐기물 관리부실과 금속폐기물 절취, 횡령 등의 사건은 어두운 그림자다. 관련 규정과 절차를 위반해 폐기물을 부실하게 관리하거나 무단처분한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잘못이다. 이 같은 그림자는 한시라도 빨리 걷어내야 한다. 또한 그 과정은 매우 투명하고 정확하며 신속해야 하고, 매 순간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겁게 듣고, 해야 할 일을 올바르게 처신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혁신하고 또 혁신할 때에라야 비로소 국민들이 마음을 열고 기회를 줄 것이다.

그 첫 걸음은 투명한 소통이다. 연구원은 대국민 정보 공개의 일환으로, 시설 운영과 연구 활동 전반은 물론, 만약의 사고시 미칠 수 있는 영향까지 망라하는 모든 안전 관련 정보를 자세하게 알릴 것이다. 특히 국민 누구나 관련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SNS 등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실시간 소통 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연구원의 소통에서 미흡한 부분을 찾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선제적이고 보다 능동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경영 및 연구 활동 과정에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도 연구원의 투명성과 소통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의 내진보강공사,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와 사용후핵연료 및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의 안전성을 검증한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의 활동에서 확인했듯,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직접 참여 방식은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줬다. 이 일환으로 연구원은 지난 6월 공식 발표를 통해 시민이 직접 연구원의 안전과 운영을 확인, 검증할 수 있는 `시민옴부즈만 제도`를 운영하고, 국민들이 연구원 주요 위원회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나아가 연구원은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원자력시민안전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센터는 앞서 언급한 시민옴부즈만 제도와 각종 위원회에 국민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상시적 소통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시민안전센터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연구원을 견학하는 학생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을 비롯해 시민단체나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연구원의 주요 시설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설로 구축·운영할 예정이다.

세계 선도그룹으로 부상한 국내 원자력 산업·연구·인력 등 인프라의 지속적인 발전은 국가경쟁력 강화와 미래 불확실성 해소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해 세계 최고의 원자력 종합연구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지켜나갈 것이다. 또한 젊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과제들을 개발하고 지원할 것이며, 이를 통해 원자력시스템 안전연구 및 방사성폐기물 안전연구, 미래 원자력 신기술 개발, 방사선 기술 개발 등 국가적 현안 해결과 미래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원자력연구원은 국가와 인류를 위해 크게 기여하는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이자, 무엇보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연구소로 반드시 다시 설 것임을 약속드린다.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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