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여㎞에 달하는 길고 복잡한 해안선을 가진 태안해안은 전형적인 리아스식해안으로 수심이 얕고, 잘 발달된 소하천을 중심으로 풍부한 영양염이 공급되어 해양생물의 산란·서식 공간으로서 적합한 환경조건을 가지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갯벌과 해안사구 그리고 바다 위의 섬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해안 자연경관과 해안생태계 그리고 지역적 특성을 생활터전으로 이용해오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전통 해양문화까지 어느 것 하나 사사로운 것이 없다. 해안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해양생태계를 관찰하며, 지역의 해양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매년 수백만명의 탐방객이 태안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더 많은 탐방객이 태안을 방문하여 지역에서 더 많은 돈을 소비함으로써 지역경제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탐방객 증가는 분명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더 많은 탐방객 수용을 위한 개발압력은 자연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을 초과하고 자연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떨어뜨리고 있어 지속가능한 관광태안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 시점에서 자연에 대한 관점을 다시 한 번 돌아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태안지역을 방문하는 탐방객의 탐방행태를 보면 해안경관 감상과 먹거리만을 위한 방문도 있지만 갯벌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능력것 해양생물을 잡을 수 있는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해루질 체험에서 오는 재미를 직접 느끼기 위해 방문하는 탐방객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동호회 카페 등 SNS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가슴장화, 랜턴 등 채집 장비를 대여하여 동호회나 가족단위로 해변을 찾고 있다. 해루질은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때면 드러나는 갯벌 또는 암반에서 맨손 또는 간단한 도구 등을 이용하여 어패류를 채취하는 행위로 야간에는 횃불을 밝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물고기나 낙지, 꽃게, 고둥류 등 해양생물을 주로 잡는다.

야간에 이루어지는 해루질은 드넓은 갯벌과 바닷물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바닥지형을 잘 몰라 발을 헛 딛고 넘어지거나 또는 해무에 갇혀 방향을 상실하거나, 물때를 놓쳐 바닷물에 고립되는 등 사고 발생 요인이 많다. 몇 번의 해루질 참여로 바다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탐방객의 안전불감증도 사고 발생에 한몫을 하고 있다. 바람아래해변에서 해루질 행위로 인해 발생한 최근 5년간의 안전사고 통계자료를 보면 60여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올 해 4월까지 총 3건의 사망사고가 일어나 해루질 참여 탐방객 증가와 함께 안전사고 발생 위험도 점차 증가 추세에 있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야간에 이뤄지고 는 해루질 행위에 대한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해루질이 이뤄지는 공간은 마을어촌계에서 관리·운영하는 양식어장과 인접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해루질로 인한 바지락 등 양식생물의 폐사와 무단 채취에 따른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어민들의 생계가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생태적 영향을 보면, 많은 탐방객이 물때에 맞춰 특정 지역에 집중함으로써 과도한 이용압력으로 인한 생물 서식지 훼손이 발생되고, 특정 해양생물만 집중적으로 채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향후에는 채취 대상종의 크기가 점차 줄어들게 되며, 생물종다양성이 떨어져 자연 회복력이 현저하게 감소된다는 것이 연구로 보고되고 있다. 해안은 해양생물이 산란·서식하는 매우 중요한 공간으로 사람들의 무분별한 이용이 바다를 황폐화시키고, 생물자원 고갈을 가속화 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횃불을 이용해 해루질을 했던 시절에는 횃불이 갯벌을 비출 수 있는 시간만큼만 생물을 채취했으나 지금은 장비의 발달로 필요 이상으로 많은 해양생물을 채취하고 있어 바다 스스로 자연성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이미 한계점을 넘어 섰다고 판단된다.

안전사고 예방과 서식지 보전 및 건강한 해안생태계 보호를 위해 해루질을 멈추도록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지역사회의 협력과 자발적 참여를 통한 환경복원사업을 추진하며, 지역사회와 연계한 대체 체험프로그램 등을 개발·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태안을 만들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행복한 태안해안국립공원, 지속가능한 관광태안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우리는 지금, 다시 출발해야 한다.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 김용민 행정팀장(해양생물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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