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개인의 반응은 자신이 속한 집단과 문화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 개인의 가족 또는 친인척들의 죽음에 대한 경험과 기억은 그 사람의 마음에 심리상태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신의 죽음을 경험할 수 없는 인간은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기 생존에 대한 절박함을 확인해 왔다. 그러한 집단의 경험과 개인의 죽음 기억들이 문화로 자리 잡기도 하고, 문학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예술로서 표현되기도 한다. 그 절박함에서 시작되고 시대를 따라 변화해온 이 땅의 죽음문화와 문학, 예술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삶의 최종목표인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현실로 인정하며 맞서라고 말한다. 죽음을 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죽음은 다가오기 때문에 `우리는 미리 죽음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하는 것은 자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라며 죽음의 철학을 넘어 삶의 철학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톨스토이도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이반 일리치의 심리묘사를 통해 평소에 인간 실존의 본래성을 인식하면서 자신의 내면의 모습에 부응하면서 살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삶은 유한하며, 우리는 떠날 때 누구든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새록새록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반의 죽음을 전해 들은 동료들의 반응처럼 `다행히 내가 아니구나`라고 언제까지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봄 유난히 부고 소식을 많이 접하고 안타까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장례식에 참석하며 더욱 절실히 드는 생각이다.

죽음을 통한 예술작품의 세계를 통해 죽음을 성찰하며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숙고하게 된다.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세속적 욕망에 덜 시달리게 되고 존재 자체의 기쁨을 더 많이 느끼는 풍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대중가요 `방랑자` 가사처럼 죽음을 넘어 꿈으로 이어지는 영원한 길목에서 우리 다시 아름답게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삶과 죽음이 따로 또 같이 어울려서 예술로 피어나는 길에서 이정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김광환(건양대 병원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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