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필자에게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 있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과학경진대회에 나가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게 무슨 대회인지도 모르고 그저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실험을 시작했다. 못의 크기, 코일을 감는 횟수와 모양, 전류의 세기 등 다양한 조건을 변화시키면서 전자석 세기를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비록 전국대회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변화를 관찰하며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는 탐구과정은 교과서 암기만 하던 내게 지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일깨워주었다.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다. 어떤 이는 실재하지도 않는 것에 호들갑을 떠는 것이라며 제4차 산업혁명을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loT), 빅데이터 등의 기술혁신에 의한 초 지능, 초 연결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은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기업의 생산방식을 바꾸고 노동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며 정부의 역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학경진대회와 제4차 산업혁명의 연관성은 국립중앙과학관에 근무하면서 발견했다. 관장이 된 후 제4차 산업혁명을 연구하신 대학교수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어떤 인재, 어떤 교육이 필요한 지를 질문하였다. 제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무슨 지식, 무슨 교육이 필요한지는 어렵지만, 미래에 필요한 인재는 새로운 지식을 두려워하지 않고 문제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답을 들었다.

실생활에서 겪는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개발, 지식탐구능력 배양을 통한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 육성을 위해 국립중앙과학관은 해마다 과학경진대회(전국과학전람회,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학생뿐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전국과학전람회는`전 국민의 과학화`를 목적으로 1949년부터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다.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는 학생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1979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이 대회들은 과학인재 양성의 통로이다. 전국과학전람회 제1회에서`개구리 기생충`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임한종 학생은 전쟁 당시 국민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었던 기생충을 연구하였고, 그 후 의대에서 학문의 황무지였던 기생충학을 연구하여 우리나라 기생충 박멸에 큰 공헌을 하였다. 제8회에서`소백산 일대의 거미류 조사연구`로 국가재건최고회의장상을 수상한 남궁준 교사(충주중·교원부)는 평생 거미를 연구하여 세계 최초로 한라땅거미 등 신종 거미 7종을 발견하였다. 또한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제16회`트랙터 부착용 콤바인작업기`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중호 학생은 본인의 작품을 발전시켜 벼를 수확하는 콤바인 작업기 뿐 아니라 땅을 고르는 써레까지 개발하여 현재 중소기업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과학과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대회 수상자들은 다 소개가 힘들만큼 많다.

올해 지역대회의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출품작은 약 8만 6000점, 과학전람회 출품작은 약 6000점이었으며 그 중 총 301점이 각각의 전국대회에 진출하였다. 올해의 수상작 중 필자에게 인상 깊었던 작품은 고등학생이 발명한 `Non-splash sole(물 튐 방지 밑창)`이었다. 비오는 날 슬리퍼나 샌들을 신고 걷다보면 물이 튀어 옷과 다리가 지저분해진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밑창 모양을 연구하고 실험하여 물 튀김을 최소화하는 밑창을 개발해냈다. 문제의식과 호기심,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멋진 작품이다.

앞으로도 국립중앙과학관은 과학경진대회를 통해 많은 학생의 상상력과 잠재력을 개발하고 생활 속 다양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우수한 미래인재를 키워 나갈 것이다.

끝으로 이번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의 학생작품지도연구논문 수상결과 정정으로 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서 이 자리를 빌려 사과를 드립니다. 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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