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비율 90% 넘기도…곳곳서 아시아마트 성업

충청권 건설현장을 비롯해 농어촌지역, 산업단지 등에 외국인노동자 유입이 만연하고 있다. 세종 행복도시에는 건설업, 대전은 1-4 산업단지, 충남북지역은 공업현장과 시설재배농가를 중심으로 외국인노동자 분포도가 높았다. 이중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업종이 `저임금 고노동` 현상으로 인해 국내 노동자 기피현상을 겪고 있으며, 한국인이 떠난 빈 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웠다. 일부 지역은 차이나타운이 조성되는 등 새로운 풍속도 등장했다. 외국인노동자가 증가함에 따라 인권침해, 임금체불, 불법체류 등 각종 병폐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건설업 외국인노동자에 이어 농촌지역 외국인노동자의 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마을에 논밭주인 빼고는 전부가 외국인입니다. 저녁 무렵 외국인노동자들이 읍내 일원에 삼삼오오 모여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19일 충남 논산의 한 농촌지역 마을이장 A 씨는 농촌지역에 퍼진 외국인노동자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이장의 말을 증명하듯 이날 논산 일대 하우스 시설재배농가에는 외국인노동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논산 지역의 한 하우스 상추 재배농가에는 수확철을 맞아 캄보디아와 태국에서 온 외국인노동자 6명이 폭염 속에도 상추 따기에 여념이 없었다.

캄보디아에서 온 외국인노동자 C(38) 씨는 "논산에 온 지 햇수로 5년여 다 되어가며, 이곳에서 상추와 양파를 따고 매달 170여만 원 정도 월급으로 받는다"며 "숙식해결이 가능해 버는 돈의 대다수인 140만 원을 캄보디아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학비와 가족 생활비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중국과 베트남,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지역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촌을 점령하다시피 하며 이곳은 지구촌 일터로 변해버린 지 오래다.

양촌면 인근 한 마을의 경우 주민 중 외국인 비율이 90%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통상 오전 7시 30분쯤 일을 시작해 두번의 새참과 점심을 가진 후 오후 5시 30분 일과를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시설재배농가에서 대다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농번기가 찾아오면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근무를 했다.

농촌 지역에 외국인노동자가 크게 늘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업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논산 지역 읍면 소재지 인근에는 이른바 아시아마트가 성업하며 타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 현지 식재료와 즉석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국가별 식재료와 향신료, 컵라면, 즉석식품 등 외국인노동자 식성에 맞춘 제품을 들여놓고 영업을 벌이고 있다. 기존 음식점에서도 외국인들을 즐겨 찾을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이는 등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충남 논산 양촌면의 한 주민은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시내버스를 타면 여기가 외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외국인이 가득하다"며 "논산시내 극장 근처나 점심 무렵 식당가에 가면 한국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많으며, 외국인 없이는 마을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농가들 입장에서는 당장 외국인노동자 고용으로 일손 부족을 해소할 수 있지만 농가소득 감소에 더해 최저임금마저 인상되며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농가 인력으로 유입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평균 급여는 170만-180만 원선. 식비와 주거비용을 합치면 논산 지역 농가가 외국인 1명당 제공하는 금액은 220만 원가량이었다. 이는 한국인에게도 적용되는 농촌노임 단가와 비슷한 수준이란 게 농가들의 설명.

여기에 대다수 농가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올해보다 10.9% 인상이 예고된 것에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우스 재배농가 농민 B 씨는 "농촌에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외국인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이들에 대해 급여뿐만 아니라 숙식비까지 지원하다보니 한국사람보다 급여를 더 많이 받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작황부진과 유가 상승, 수입농산물 등으로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마저 인상돼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박영문·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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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촌지역에 중국과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의 유입이 크게 늘고 있다. 충남 논산 지역의 경우 외국인노동자가 농가인력의 90%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논산시 양촌면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태국과 캄보디아에서 온 외국인노동자 6명이 수확작업을 하고 있다.(윗쪽) 사진 아래쪽은 양촌면 일원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성업 중인 식품점의 전경. 사진=정재훈 기자
최근 농촌지역에 중국과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의 유입이 크게 늘고 있다. 충남 논산 지역의 경우 외국인노동자가 농가인력의 90%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논산시 양촌면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태국과 캄보디아에서 온 외국인노동자 6명이 수확작업을 하고 있다.(윗쪽) 사진 아래쪽은 양촌면 일원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성업 중인 식품점의 전경. 사진=정재훈 기자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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