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소년중앙`에서 핼리 혜성에 대한 기사를 찾아본 것 외에 과학과는 큰 인연이 없이 살아왔다. 그러다가 우연히 SF소설을 접하고는 그대로 팬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SF는 오랫동안 공상과학이라 불리며 폄하되곤 했다. 여기서 공상(空想)이란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망성이 없는 것을 막연히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즉 쓸모 없는 상상이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옛날 어른들은 SF소설을 읽고 있으면, 딴짓하지 말라며 나무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에는 틀린 부분이 많다. 공상과학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로 정확하게 SF를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SF는 `Science Fiction`이라는 뜻이며, SF소설은 과학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논리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문학의 한 장르이다.

SF소설은 보통 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새로운 과학적 개념을 구상하여 묘사한다. 실제로 몇몇 기술이나 기계장치는 SF소설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여기에서 영감을 받은 과학자에 의해 상용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SF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나는 SF적인 상상력이 참 좋다. 소설에서는 언제나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태양계 안에서 중력의 영향을 받으며 지구적인 생각에 익숙해진 인간의 사고를 넘어선다. 그래서 SF소설을 읽고 있으면, 종종 우주적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게 된다.

요즘 들어 다양한 사건과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저 너머에 있고 핵심을 파악하는 건 매우 어렵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편견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러한 때에 SF소설을 읽는다면,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물론 이렇게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SF소설은 그 자체로 재미있다.

대전시민아카데미에는 `에퀴녹스`라는 시민모임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SF소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으로 벌써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20일에는 러시아 SF문학의 걸작 `노변의 피크닉`(스트루가츠키 형제, 1972)을 만날 예정이다. 누구나 관심만 있으면 참여 가능하다. 잘하면 우리의 미래를 살짝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오세섭 독립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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