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살 문고-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민음사/각 권 9800원

요시노구즈
요시노구즈
"뻔뻔하고 대담한 작가. 만약 그가 좀 더 살았더라면 분명 노벨 문학상을 탔을 것이다."

일본의 사상가이자 비평가인 가라타니 고진이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그는 188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일본의 대문호다. 메이지 말기부터 쇼와 중기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며 다방면에 걸쳐 문학적 역량을 과시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수차례 지명되며 일본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탐미주의적 색채를 드러내며 여성에 대한 에로티시즘, 마조히즘 등을 극도의 아름다운 문체로 탐구했다. 한평생 작품이나 제재(소재), 문장, 표현 등을 실험하며 다양한 변화를 추구해 오늘날 미스터리, 서스펜스의 선구가 되는 작품이나 활극적 역사소설, 구전·설화문학에 바탕을 둔 환상 소설, 그로테스크한 블랙 유머, 고전문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필두로 미시마 유키오, 가라타니 고진 등 일본 문학의 주요 인사들이 앞다퉈 칭찬한 작가이자 한 사람의 작품 세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문체와 주제, 형식을 넘나들며 현대 문학의 지평을 확장한 작가의 문학을 데뷔작에서부터 말년의 대표작을 엄선해 엮은 `선집`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카에 비하면 다소 생소한 인물이다. 그러나 다니자키는 "좀 더 살았더라면 분명 노벨 문학상을 탔으리라"는 세간의 평가대로 당대 가장 널려 알려진 작가였을 뿐 아니라 뛰어난 성과를 이룩한 문학가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라 불리며 다방면에 재능을 보였다. 특히 언어나 감각이 탁월했던 그는 거미가 긴긴 실을 자아내듯 극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야기를 써내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또 주제면에서도 수천가지 빛깔로 분광하는 스펙트럼처럼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한평생 에로티시즘, 마조히즘, 페티시즘과 같은 자신의 주요 관심사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역사 소설, 풍자 소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일본 고전 설화, 낭만적인 로맨스와 메타 소설을 연상하게 하는 파격적 형식까지 시도하며 놀랍도록 변화무쌍한 행보를 이어 나갔다.

이번 선집은 육십여 년에 이르는 문학 여정 내내 경이로운 우주를 펼쳐 보이며 왕성하게 활동한 대작가의 작품 세계를 일대기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끔 열권의 책을 마련해 구성했다. 다니자키의 전 작품을 예고하며 장차 싹 틀 모든 맹아를 품은 데뷔작 `문신`(소년 수록)부터 초기 대표작 `치인의 사랑`,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요시노 구즈`, 후기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틴토 브라스 등 해외 거장들의 격찬을 받은 에로티시즘 문학의 절정 `열쇠` 등 그의 전작품을 한 번에 음미할 수 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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