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는 불운한 역사가 남긴 선물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4일 오후 대전 이응노 미술관을 방문해 고암 도불 60주년 기념 국제전 `이응노, 낯선 귀향`展을 감상하고 이같은 소감을 남겼다.

이 총리는 여름휴가를 이용해 이날 이응노미술관을 비롯한 공주 마곡사, 논산 파평윤씨 종학당, 논산 돈암서원 등 충청의 명소를 방문했다.

오후 1시 30분 쯤 대전을 방문한 이 총리는 이응노 미술관을 방문한 대전시민, 박영순 정무부시장,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 등과 함께 한시간 동안 전시를 관람하고 티타임을 통해 이응노의 삶과 미술세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특히 이 총리는 이응노 작가가 1967-1969년 대전교도소 수감시절 제작된 작품들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이후 티타임에서는 이응노 화백이 교도소 수감이후 작품세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묻기도 했다.

이 총리는 "냉전의 질곡이 이응노 화백의 삶을 가두고 좌절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술이 빚어지듯 새롭게 양조됐다는 것이 불행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점은 관람객들이 보면서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응노 미술관을 대전에 두기로 한 대전시의 결정은 탁월했다"며 "이응노 화백의 생애에 걸친 작품을 많은 분들이 보면서 그의 삶과 예술혼을 우리의 현대사와 교직시켜 생각해 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응노 화백은 1904년 충청남도 홍성 출생으로 동양화의 전통적 필묵을 활용해 현대적 추상을 창작한 한국 현대미술사의 거장이다.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문자추상`, `군상` 시리즈 등 동서양 예술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화풍을 선보이며 유럽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1964년 프랑스 세르누쉬 미술관에 파리 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해 프랑스인들에게 서예와 동양화를 가르치며 동양문화 전파에 힘쓴 인물이다.

최근 프랑스 현대미술관인 퐁피두 센터(Pompidou Center)와 세르누쉬 파리시립동양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진행하는 등 작품에 시대정신을 반영한 한국적 현대미술가로 주목받고 있다.

이 총리가 이날 관람한 고암 도불 60주는 기념 국제전 `이응노, 낯선귀향`展은 프랑스 세르누쉬 미술관 학예연구사 `마엘 벨렉(Mael Bellec)`을 초청해 기획된 전시다. 프랑스인의 관점에서 이응노의 예술세계를 해석했고, 프랑스 세르누쉬 미술관과 퐁피두 센터의 이응노 소장품을 29점을 국내 최초로 만날 수 있으며 내달 30일까지 진행된다.

서지영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지영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