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전국적으로 온열환자가 급증하고, 폐사하는 가축과 시들어가는 농작물에 농심이 멍들고 있다.

재난 수준 폭염에 전력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올 여름 들어 최대수요전력은 9일 현재 6차례 경신됐다. 현재 우리나라 최대수요전력 최고기록은 지난달 24일 오후 7시 9민2478MW로서 당초 전망치 8만8300MW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폭염에 따른 냉방기 가동에 원자력 발전소 4기에 해당하는 전력 4000MW이 전망치를 벗어나 추가로 소요된 셈이다.

전력수급에 큰 차질은 없지만 전력수요 증가는 여러 가지 사회적 비용이 따르는데, 아파트 정전도 이에 포함된다. 일정 규모 이상 공장이나 건물에는 고객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전력설비인 변압기가 있다. 고객구내에 설치된 변압기는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전기의 전압을 낮추어 고객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문제는 노후 아파트의 경우 내구연한을 초과하는 오래된 변압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을 뿐 아니라 대부분 용량도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아파트 수전 변압기가 노후하고 용량이 부족한 경우 폭염으로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저녁에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의 가전제품에 더하여 냉방기를 가동함에 따라 대다수 세대가 허용용량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게 되고 이에 아파트 수전 변압기나 관련 전력설비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 과부하에 의한 정전 가능성은 변압기를 비롯한 아파트 수전설비의 노후도와 비례한다. 아파트 수전설비가 동작을 멈춘 상황에서 공동설비를 포함한 전 세대 정전은 불가피하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복도등이 꺼지며 냉장고 음식이 상하기 시작한다. 실제 과부하에 의한 아파트 정전은 올 여름 전국적으로 140회나 발생했다. 대전·세종·충남지역도 아파트 6곳, 4000여 세대가 큰 불편을 겪었다. 아직 폭염의 기세가 등등한 시점에서 아파트 정전 재연 우려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전력은 과부하에 의한 아파트 정전을 예방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모든 고압아파트 수전설비에 열화상 장비를 통한 진단 지원을 완료했고, 최근 폭염이 지속됨에 따라 25년 이상 아파트와 세대당 변압기 용량 2㎾ 이하 아파트 221개소의 수전설비에 대한 긴급 열화상 진단을 추가로 실시했다. 평소에도 정전예방 관련 기술자문과 필요설비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정전이 발생한 아파트에 대해선 한국전력이 보유한 비상발전기와 비상변압기를 긴급 투입하고, 수리에 소요되는 기자재 조기수급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가능한 경우 인접 한국전력 전력공급설비를 통한 긴급 전력공급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수전 변압기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한국전력이 아니라 고객이라는 점에서 한국전력이 수행하고 있는 적극적인 정전 예방활동들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또 정전 발생시 복구지원을 통한 정전시간 단축 역할에 한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과부하에 따른 아파트 정전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충분히 대응 가능한 용량으로 수전 변압기를 교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전 변압기 교체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어 입주민 동의가 필요한 데 입주민간 이견이 교체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 또한 대다수 아파트의 경우 노후 수전전력설비 교체보다는 엘리베이터 교체나 외부 도색 등을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경향이 짙다. 한국전력은 2005년부터 노후 수전변압기를 교체하는 아파트에 대해 변압기 용량 1㎾당 1만 6000원을 지원하고 있다. 연평균 지원 규모는 전국적으로 33억원. 올해 대전세종충남지역에서는 2억 원 이상을 12개 아파트 단지에 지원한다. 내년 지원규모는 올해보다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우리는 매년 더 뜨거운 여름을 맞게 될지도 모르며, 이 경우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은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여름철에 수전설비가 노후한 아파트에서 정전이 빈발할 조건들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수전변압기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대전·세종·충남 1500여 곳의 아파트 단지중 15년 이상 노후 아파트는 583곳, 세대수는 33만 여호에 이른다. 이에 아파트 관리주체들의 노후 수전설비 관리에 대한 관심과 함께 용량 부족 변압기 교체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며, 고객과 한전이 함께 노력하여 내년 여름은 정전걱정 없이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

박병욱 한국전력공사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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