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1시. 대전 대덕구 와동에 위치한 BMW 대전서비스센터는 평일임에도 수리 및 안전진단을 받기 위해 몰려든 차량들로 가득했다. 센터 내에만 수십대의 차량이 대기중이었고, 주차장이 부족해 입구 옆 인도까지 대기 차량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에는 최근 잇따른 화재로 리콜 대상에 오른 520d 차종이 대부분으로 파악됐다.

대전서비스센터 관계자는 "평소에도 수리를 받으러 오는 차들이 많지만, 화재사고 이후로 그 수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해당 센터의 정비 가능대 수가 한정돼 있다 보니 대기시간이 길어진 일부 차주들은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안전진단을 받기 위해 이날 아침 일찍 충남 논산에서 왔다는 A씨는 "멀리서 왔는데 수리가 오늘 밤에나 끝날 것이라 들었다"며 "임시로 쓸 수 있는 렌트 차량도 받으려면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반면 이날 오후에 찾은 유성구 봉명동 BMW 코오롱모터스 대전전시장은 내방고객이 한 명도 없어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올 들어 38번 째, 이달 들어서만 10번째 발생한 BMW 화재 사고의 여파를 실감케 하는 모습이다.

BMW 대전전시장 관계자는 "그간 국내 차량도 화재 사고가 종종 일어났지만 BMW만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것 같다"며 "리콜, 무상수리 등 최대한 대처를 하고 있음에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BMW 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역 중고차 시장에 따르면 BMW 중고차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10분의 1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는 평균 500만 원씩 하락했다. 특히 문제가 된 520d 모델은 중고시세가 1000만 원 정도 하락했음에도 차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매매상사 관계자는 "현재 BMW 중고차는 시세가 많이 떨어졌고, 팔기도 힘들어져서 중고매매상들 사이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BMW 차주들은 주변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2016년 BMW520d 차종을 보유하고 있는 조건희(31·대전 유성구)씨는 "최근 내차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라며 "일부 주차장에서 차량의 출입을 통제할 때도 종종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한편 BMW의 올 상반기 화재 사고 건수는 현대, 기아차 등에 이어 5번째였지만, 등록 차량 대비 화재 사고 비율은 1만 대당 1.5건으로 가장 높은 기록을 보였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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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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