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내뱉은 이 전대통령의 불법자금 수수 내역을 보면 기가 막힌 내용들이 많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에서 "김소남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비례대표 공천 청탁과 함께 4차례에 걸쳐 2억원을 받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게 전달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돈을 전달한 뒤 김소남 전 의원의 요청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 전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대보그룹, ABC상사 등과 금품거래가 있었다는 진술도 내놨다. 온통 뇌물세상이다.

뇌물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지방도 예외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인사(人事)는 뇌물이다. 지자체에서 30여년간 일해 온 한 고위 공직자의 탄식이다. 물론 모든 지자체 인사가 이처럼 막 가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썩어빠진 인사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지자체 선거에 출마한 이들은 현금을 제공하는 사람을 가장 고맙게 여긴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자비를 들여 선거운동을 벌여주는 경우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세 번째로는, 몸으로 뛰어서라도 선거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선거가 끝나면 보은인사가 난무한다.

충남 S시의 민선7기 인사에선 인사고과 성적 상위권으로 잔뜩 승진을 기대했던 공직자들이 줄줄이 배제되고 의외의 직원이 승진 발탁되는 바람에 난리가 났다. 한 부서 근무기간이 짧아 업무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다 공로연수를 6개월 앞둔 직원을 5급 승진자로 발탁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승진된 자는 현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의 S시 전 국장의 처제로 알려졌다. 정실인사란 눈총을 받는다. 충남 G시의 최근 인사에선 여성 사무관인 A과장과 B면장이 승진서열 1, 2위를 다퉜지만 고배를 마셔야 했다. 첫 여성 서기관의 탄생을 내심 기대했던 여성 공직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다. 전국 곳곳의 지자체 인사에서 인사 후유증과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지방자치 실시 이후 자치단체장의 `내 사람 심기 식`의 인사는 적잖은 문제를 야기해왔다. 인사가 엉망이면 공직자들의 일처리가 엉망이 된다. 잘못된 인사의 대상자는 일할 용기를 잃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대민 서비스의 부실로 이어진다. 인사혁신처 조사(2014년)에서 공직사회 혁신을 위해 먼저 할 일로 국민은 `청렴하고 존중받는 공직자상 확립`(33.6%)을, 공무원은 `공무원의 자긍심 고취 및 사기 앙양`(53.2%)을 들었다. 공무원 인사가 뒤틀리면 `공무원의 자긍심 고취 및 사기 앙양`이 어렵게 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공직자들이 풀이 죽어있는데 `청렴하고 존중받는 공직자상 확립`에 관심이 가겠는가.

공무원 개개인은 단순한 개인이 아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정부의 한 기관이나 마찬가지다. 관료 한 사람의 생각과 의지와 봉사태도는 정부, 국가를 바꿀 수 있다. 공무원 개개인은 그만큼 막중한 책임과 사명감을 안고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공직사회 인사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선7기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집권 여당의 싹쓸이 판 형국에서 인사 역시 광풍처럼 휘몰아친다. 혁신과 새로운 분위기의 공직사회 구현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역으로, 내 사람 심기식의 구태가 적용된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인사에 실망한 공직자들이 자포자기에 빠질 것이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안일무사와 복지부동에 휩쓸릴 개연성이 크다. 지금 현상으론 우려가 더 크다.

지자체장과 인사권자들이여,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하고 있는가. 지역과 국가의 미래보다는 우선 `내 사람심기`에 혈안이 되고 있지는 않는지 성찰할 일이다. 만약 후자에 속한다면 국가와 역사에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공직자의 사기를 높여주고, 창의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일꾼을 우대하는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객관적이고도 엄격한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을 적용해야한다. 사람이 경쟁력인 시대에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다시금 되새기길 바란다. 최문갑 시사평론가·`밸런스토피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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