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공포영화라고 하면 사이코나 유령이 나오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괴물이나 좀비가 떼로 등장하든지.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아무 때나 출현하지 않는다.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을 때 나타난다. 분위기가 충분히 만들어진 뒤에 등장하는 것이다. 이렇듯 공포영화는 사람들의 불안을 이용한다. 지금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영화에 끌어들인다. 그래서 냉전 체제가 시작되고 핵전쟁의 공포가 극심했던 1950년대에는 방사능 때문에 돌연변이가 된 괴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신종플루가 발생한 2009년 이후 `연가시`(박정우, 2012)나 `감기`(김성수, 2013) 같은 영화가 만들어졌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는 `판도라`(박정우, 2016) 같은 영화가 개봉하는 식이다. `숨바꼭질`(허정, 2013)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에서 집에 대한 소망과 집착, 그리고 이를 빼앗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처럼 공포영화는 당대 사람들의 두려움과 내면의 약점을 정확하게 포착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년 간 독립영화 진영에서 만들어진 공포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많은 영화에서, 원룸에 혼자 사는 여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깊은 밤에 문을 두드리는 누군가가 있다. 하지만 도와줄 가족은 곁에 없으며 이웃과는 얘기해 본 적도 없다. 더구나 공권력은 저 멀리에 있고. 이것은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괴담인 것 같다. 실제로 모르는 동네에서 혼자 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런 생활에서는 필연적으로 불안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나쁜 소문이 들리면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게 되고, 급기야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이런 것이 모여 그 시대의 불안이 되고 만다.

공포는 징후에서 시작된다. 그게 스멀스멀 커지다가 다른 사람에게도 전염된다. 마찬가지로 사회가 안전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찾는다면, 우리의 불안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만 공포영화의 소재가 전혀 없는 사회에서 살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공포영화의 스릴보다는 평화롭고 무료한 일상이 훨씬 좋다는 걸 이젠 알기 때문이다.

오세섭 독립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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