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있어 2019년은 시(市) 출범 70주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맞는 중요한 해다. 이에 시(市)는 2019년을 `대전 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BI(Brand Identity)와 슬로건 공모사업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인구감소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특히 세종 등 타 지역으로 30-40대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바야흐로 대전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미래비전을 재정립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현재까지 성장을 지속해 온 대전이라는 도시의 경쟁력(competitiveness) 또는 정체성(identity)은 무엇일까.

대전은 광역교통망 건설에 따른 `교통도시`, 산학연 인프라 구축 및 국제이벤트 개최를 통한 `과학도시`, 중앙행정기관 이전으로 인한 `행정도시`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1990년대 후반 정부대전청사 건립 및 주요 부처 이전을 추진하면서 대한민국 행정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교우위들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약화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의 분기역이 오송역으로 결정되었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및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충남도청사의 내포신도시 이전 등으로 인해 `교통도시`, `행정도시` 측면의 비교우위가 약해졌다. `과학도시`의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해 차별성을 찾기는 어렵다.

최근의 인구감소 문제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전의 인구는 2014년 7월(153만 6349명)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해 2018년 6월 기준 149만 4878명까지 감소했다.

이쯤 되면 대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답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첫째, 대전의 정체성을 다시 찾아야 한다. 대전은 여전히 많은 잠재력이 있는 도시다. 다만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청사진이 부재하다. 게다가 과거의 비교우위가 약화되면서 정체성마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이것이 최근 몇 년간의 인구감소보다 더 걱정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시민들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대전의 미래비전과 목표를 재정립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둘째,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주거, 도시재생, 일자리, 교육, 문화·예술, 도시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서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인구 150만 명, 관광객 500만 명 같은 단기적 성과나 숫자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철저하게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시민들이 주체가 될 때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세종과 경쟁할 방법이 아니라 대전을 `살기 좋은 도시`,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대전과 세종은 물리적 거리 측면에서 동일 생활권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인접해 있다. 그러므로 세종을 비롯한 인근지역과의 연대를 통해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적으로는 거대도시권 형성을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고로 도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하고 나이를 먹고 쇠락하고 다시 태어나는 순환과 흥망성쇠의 과정을 겪는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대전은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모쪼록 이 기회를 잘 살려서 향후 대전이 중부권을 선도하는 중핵도시로 자리매김하기를 소망한다.

박홍철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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