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111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다. 40도를 웃도는 기온과 높은 습도는 낮 뿐 아니라 밤까지 이어지고 있다. 에어컨 없이 못 산다는 말까지 들린다. 서민들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도 근심이 늘어가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이다. 전기 사용량에 따른 전기요금 단가를 높이는 누진제는 1974년 오일쇼크로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자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업용과 일반용에게는 적용하지 않고 주택용에게만 누진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누진제는 줄곧 형평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내 전기 사용량 비중은 가정용 13%, 산업용 56%, 상업용 20% 등이다. 전기 낭비 주범을 가정용으로만 몰아세워 `징벌적` 요금제인 누진제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이고 현실과도 동 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환경오염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폭염이 매년 여름마다 기승을 부리고 있고 폭염의 수준이 재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에어컨은 생활필수품이 됐고 전 국민이 에어컨을 전기요금 걱정없이 틀 수 있어야 한다는 `냉방 복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나마 다행히도 정부는 지난 7일 기록적인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7-8월 두 달 간 누진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한편 3단계인 누진제 구간 중 1단계와 2단계 구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 안이 최종 확정되면 요금 인하 효과는 총 2761억원으로 가구당 평균 19.5%의 인하효과가 기대된다.

이런 `고육지책`보다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이 매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냉방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초수급가구,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비책은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누진제도가 실시될 때인 1970년 대와 다른 경제 규모와 기후환경, 소비 패턴 등에 걸맞은 합리적인 전기 요금제 개편까지도 필요하다.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는 말을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이제는 `아끼지 말고 쓸데 써야 한다`말이 요즘 같은 폭염에는 더 어울릴 듯하다.

진광호 지방부 충주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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