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배우 송중기씨가 이용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전의 한 식당이 있다. 대한민국 수도의 심장인 광화문에 진출한 전국구급 칼국수집인 데 송씨가 다녀갔다는 소식에 미식가들의 발걸음이 더욱 늘었다. 식사 뒤 커피를 마셨다는 인근의 카페가 덩달아 성업 중인걸 보면 맛으로만 승부를 걸던 때는 이미 지났나 보다. 품질 같은 상품성은 기본일 테고, 여기에 유명인사의 스토리가 보태지면 보다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명소로 부각되는 시대다.

지난 주말 귀한 손님이 대전에 왔다. 휴가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서구에 있는 장태산을 깜짝 방문했다. 현직 대통령의 대전 발걸음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됐다는 점에서 반가움은 더했다. 국가 차원의 행사 참석을 제외하고는 대전을 찾은 대통령은 최근 없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공식 조차 외면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카이스트를 두 차례 방문하면서도 시청 쪽으로는 아예 눈길을 주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의 오롯한 대전행은 당장 효과를 나타냈다. 높은 인기도 그 바탕이 됐겠지만 장태산은 명품 휴양지로 성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 휴일 내내 대전시민 뿐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의 관광객 발길이 이어졌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대전비엔날레 2018 바이오`에 모습을 드러낸 뒤에는 관람객이 2배 이상 뛰었다. 행운의 셀럽(유명인)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는 중이다.

2019년 대전방문의 해를 앞두고 흥행 부진을 고민해온 시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먼저 대전 재발견이다. 장태산은 높이 27m의 스카이타워 등으로 구성된 숲속 어드벤처에서부터 메타세콰이아 산림욕장에 이르기까지 하나 하나가 명품이다. 천혜의 관광자원이건만 대외적으로 얼마나 알리려 노력했는 지는 의문이다. 이쯤 되면 문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김춘수 `꽃` 중)라고나 할까.

우리만 모르는 대전 재발견과 더불어 서말 구슬을 꿰는 전략이 절실하다. 맨발 신드롬을 불러온 계족산 장동삼림욕장을 보자. 설명이 필요 없는 힐링 명소로 외국 정상과 주한외교사절들까지 맨발로 걷는 스토리가 쌓여 가건만 대전 도심과의 연계 시스템이 이루어지지 않는 대목은 아쉽다. 황톳길을 걸으려고 멀리서 달려온 관광객이 대전의 다른 매력은 모른 채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건 아닌 지 돌아보게 한다.

허태정 시장이 적극 챙겨야 한다. 제주도는 미스인디아 우승자를 동원해 `제주를 여행해야 하는 이유`라는 테마의 셀럽 마케팅을 주저하지 않는다. 울산시 전체가 총력전을 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여름 휴가지로 만든 태화강 십리대숲은 `대박`을 거쳐 국가정원 지정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근대로의 여행`을 내건 대구 골목투어는 가수 김광석 스토리하우스 개관 등에 힘입어 10년 만에 연간 관광객 200만 명을 넘겼다.

반면 대전의 관광특수는 미미하기 그지 없다. 리베라호텔이 철거 중인 데서 보듯 유성관광특구는 이름 뿐이다. 발상의 대전환으로 장태산과 계족산 황톳길, 대청호, 우암사적공원, 옛 충남도청사를 비롯한 원도심, 둔산 문화공간을 아우르는 고품격콘텐츠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에게 즐길거리, 볼거리, 먹을거리를 제공해야 관광객이 온다. 문 대통령 마케팅으로 대전관광 활성화의 모멘텀을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사례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벤처마킹해 봄직하다. 아베 총리가 의장을 맡은 관광입국 추진 각료회의를 동력 삼아 지난해 역대 최대의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 들였다. 2020년까지 4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2015년 만든 `내일의 일본을 지탱할 관광 비전 구상회의`의 결실이다. 시정 최고책임자가 직접 나서지 않고는 이 둘도 없는 기회를 속절없이 흘려 보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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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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