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수의 전통놀이 돋보기

놀이를 시작할 때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어 "안내면 술래 가위, 바위, 보"라고 외친다. 편을 가르거나 술래를 정할 때 또는 순번을 정할 때 가장 흔하게 쓰는 동작이 바로 이 `가위, 바위, 보`다. `가위, 바위, 보`는 손의 모양에 따라 정해졌다. 즉, 바위는 손을 쥐고 바위 모양을 하고 있고, 보는 손을 펴서 보자기 모양이며, 가위는 손가락 두 개를 펴서 자르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바위를 보자기로 싸면 보자기가 이기고, 보자기를 가위로 자르면 가위가 이기고, 가위는 바위로 부술 수 있으니 바위가 이기는 관계이다.

그런데 이 `가위, 바위, 보`의 원 이름이 `짱, 껨, 뽕`이다. 70세가 넘는 어르신들은 익숙히 들었던 이름일 것이다. 즉, 해방 전에 쓰던 일본놀이 `짱, 껨, 뽕`이 해방이 되면서 그것을 우리말로 바꾼 것이 바로 `가위, 바위, 보`이다.

그러면 이것을 왜 일본놀이라고 할까. 또 하나, `가위, 바위, 보`가 없으면 어떻게 순번을 정하고 술래를 만들었을까.

우선 두 번째 질문에서 우리말에 `도 아니면 개`라는 말이 있다. 이는 윷을 던져 나온 수로 결정하는 방법이다. 그러니 일본의 `짱, 껨, 뽕`이 들어오기 전에 우리나라는 윷을 던져 놀이 준비를 하였던 것이다.

문제는 첫 번째 질문이다. 이것이 일본놀이라니, 일본은 `짱, 껨, 뽕`이 개화기 이전인 1688-1704년경에 중국에서 전해졌다고 한다. 유일한 개항도시로 외국과 무역을 했던 일본 남쪽 땅 나가사키에 들어와 처음에는 나가사키권(長崎拳) 혹은 기양권(崎陽拳)이라고 했는데 이들을 본권(本拳)이라 부르면서 아이들이 놀았다.

중국은 손동작을 가지고 놀이를 하는 것이 많다. 이들을 권(拳)이라 하는데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가 `짱, 껨, 뽕`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일본에서는 지역마다 표현하는 것이 다르다. 즉, `묵, 찌, 빠`가 있는데 이것도 일본의 `가위, 바위, 보`이다. 이것이 일본식 `짱, 껨, 뽕`이 된 것은 1894년 청일전쟁과 1904년 러일전쟁의 영향이 크다. 특히 `꾸, 쪼끼, 빠`라는 일본식 `가위, 바위, 보`는 1904년 러일전쟁의 영향이 큰데 이는 `꾸`가 손을 펴서 우리의 보를 나타내는데 이는 러일전쟁에서 러시아의 군함을 `구`라고 한다. `쪼끼`는 가위, 바위, 보의 바위에 해당하는 손짓이다. 이는 러시아 함대를 격추시키는 일본의 무기이며 `빠`는 러시아 함대가 파괴되는 모습이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이기자 우월감이 일어났다. 즉, 아시아의 중심인 중국을 물리친 나라이니 얼마나 우쭐되었겠는가. 이는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자 앞에 보이는 것이 없어졌다. 그러니 놀이의 기본인 `가위, 바위, 보`에 대국을 이긴 모습을 넣어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일본의 전쟁문화가 가장 잘 나타나 있는 놀이가 바로 `짱, 껨, 뽕` 즉, `가위, 바위, 보`인 것이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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