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의 발견 김찬호 지음/문학과 지성사/320쪽/1만 4000원

우리 삶에는 연습이 없다. 매일 새로운 날들의 연속이다. 유년기라고 해서 삶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으며, 불혹의 나이를 지났다고 해서 자기 삶에 흔들림이 없지 않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저마다 알 수 없는 미래 앞에서 암중모색하고 고군분투하며 좌충우돌한다.

저자는 유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세대·성별·시대를 아우르며 한국인의 생애 경로를 폭 넓게 조망했다. 이 책은 한국이라는 사회적 지평 속에서 남녀노소의 다양한 삶을 모두 열다섯 장면으로 포착해 조망한다.

저자는 우선 `유년기` `사춘기` `공부` `20대` `30대`를 키워드로 한국인의 성장 및 자립 과정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그 다음으로 `연애` `싱글` `결혼식` `부부` `외도`를 키워드 삼아 성별에 따른 서로 다른 경험 세계를 다루는 한편, `어머니` `아버지` `중년 여성` `중년 남성` 그리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전반적인 생애 경로를 폭 넓은 시선으로 아우른다. 그를 통해 지나온 세월을 재해석하고 미지의 경험을 상상하면서 인생 항로의 얼개와 좌표를 잡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발달심리학에서 방대하게 연구해온 생애 주기 이론이나, 사회학에서 종종 내놓는 세대론과는 다르다. 저자는 한국인의 생애 주기에 관한 단순한 이론적 접근을 뛰어넘어, 보다 구체적인 삶의 목소리들을 이 책에 담고 있다. 수많은 인터뷰와 자료를 비롯해 그가 현장에서 겪은 다년간의 경험들, 신문기사 및 영화와 소설, 연구서와 논문들의 인용 등 다양한 실례들을 이 책에 실어 독자들에게 더욱 생생하고도 흥미진진한 `생애의 발견`을 가능하게 한다.

2009년 처음 발간된 이 책은 10여 년 만에 문학과지성사에서 다시 출간된 개정판이다. 1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저자의 문제의식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바로 `우리 인생에 삶이 없다`라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야기를 위해 생애의 매 단계를 크게 열다섯 장면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먼저, 1부에서는 유년기부터 30대까지를 `성장과 자립`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껏 뛰어놀 유년기가 사라지고, 입시에 온전히 인생을 저당 잡힌 청소년기가 지나면 뒤늦은 사춘기를 보내다가 높은 취업 시장의 진입 장벽으로 인해 청춘을 박탈당한 20대에 이른다. 그러다 30대가 되면 삶은 바빠지고 일상은 덧없어지되 여전히 꿈과 진로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삶의 모습이 생생한 언어로 전해진다.

2부 `남과 여`는 `연애` `싱글` `결혼식` `부부` `외도`라는 다섯 장면으로 구성된다. 연애도 어렵고 혼자 살기는 더욱 어렵고, 결혼을 해도 삶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특히 이 부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 절정, 그 이후의 상실감과 파괴적인 감정까지 남녀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감정의 스펙트럼을 흥미진진하고 탁월하게 짚어낸다.

3부 `양육과 노화`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한국의 40대를 비롯한 중·장년에게는 제2의 인생, 즉 인생의 이모작을 준비하라는 말이 쏟아지지만, 정작 현실은 미래의 삶을 준비하기는커녕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에도 벅차다.

이렇듯 우리 삶, 특히 한국인의 삶은 고달프다. 하지만 각자의 생애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그 발견이 다른 세대, 다른 성별, 다른 이의 삶으로까지 확장될 때, 그것은 모두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그 의미들이 커질수록 각각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살맛`을 느끼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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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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