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어지럼증

김동기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동기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어지럼증은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증상을 중심으로 크게 나눠보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을 주로 호소하는 이비인후과의 질환인 전정계의 어지러움, 주로 설 때 어지럽고 아찔한 느낌이 드는 기립성 저혈압이나 빈혈, 여러 심장질환들과 관계되는 내과적 어지러움, 심한 자세불균형이나 보행 장애를 주로 동반하는 중추신경계의 어지러움 등이 있다. 또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과도 연관되며, 백내장 수술을 했거나 안경을 새로 바꿔 낄 때는 시각에서 오는 어지러움 등 수십 가지의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빙글빙글 도는 느낌, 이석증= 흔히 어지럼증이 생기면 빈혈 때문이라 생각하고 철분제를 먹는 경우가 많다. 또 갑자기 어지럼증이 심해지면 중풍과 같은 치명적인 뇌졸중을 의심해 응급실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어지럼증이 발생한 약 20% 정도의 경우는 이석증이 주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석증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젊은층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한 머리 충격 등으로 인해 이석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이가 많은 환자에서 보이는 이석증의 경우 70%의 환자에서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이석증 환자들은 빙글빙글 도는 느낌을 호소한다. 이렇게 도는 느낌은 계속 유지되지는 않지만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반복되는 양상을 띄며 한번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수 초에서 수십 초까지 지속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려고 할 때 어지럽거나, 취침 시 돌아눕다가 어지럼증이 있었다면 이석증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석증에서는 난청이나 이명 등 청각 증상이 동반되지는 않으며, 심한 두통이나 자세불안 등이 동반되면 돌발성 난청이나 뇌경색 등 중추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면 보조적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주로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이석치환술을 실시하게 되는데, 후반고리관의 이석을 치환하는 에플리법이 대표적이다. 대개 한 번의 치환술로 70%의 성공률이 보이고 한번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며칠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실시한 경우 90% 이상의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하지만 바로 이석을 치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석의 위치는 크게 이석이 세반고리관 내의 림프액에 떠 있거나 부릉정이라는 감각기에 붙어있는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후자의 경우 이석을 부릉정에서 떼어내는 운동이나 진동기 등을 이용한 치료가 이뤄진다.

◇기립성 저혈압와 전정심경염도 한 원인= 앉았다 일어설 때 순간적으로 아찔해지면서 눈앞이 깜깜해지는 경우도 어지럼증의 흔한 증상 중 하나다. 이러한 증상은 대뇌에 전반적인 혈액 공급이 저하되면서 나타나며 기립성 저혈압, 심장병, 빈혈, 자율신경계 장애 등 질환에서 확인된다. 이중 대표적인 질환인 기립성 저혈압은 누워있을 때와 서있을 때의 혈압의 차이를 비교해 진단한다. 특히 혈압약 등 약에 의한 기립성 저혈압이 흔하므로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최근에 새로 투여한 약제가 있는지 확인 후 다른 원인 질환을 찾아봐야 한다.

또 갑자기 빙빙 돌듯 어지럽고 눈동자가 마음대로 움직이거나 심한 구토가 동반된다면 전정신경염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전정신경염은 소뇌의 뇌졸중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세밀한 신경학적 검사가 필요하며 나이가 많고 뇌졸중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 병력을 가진 환자는 MRI 등 정밀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보통 1주 이내에 좋아지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 개월 지속되기도 하며 때로는 재발하기도 한다. 뇌졸중과의 감별을 위해 정확한 병력청취 및 신경학적 검사가 중요하고 치료는 어지러움 및 구역·구토를 감소시키는 약제 등 보존적인 방법이 이용된다. 증상이 수 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전정적응운동 및 평형·보행 강화 운동 등 전정재활치료가 도움이 된다.

◇이명·난청 동반하는 메니에르병= 메니에르병으로 인해 어지럼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어지럼증과 함께 이명, 난청을 동반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구토와 귀에 꽉 찬 느낌 및 압박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어지럼증은 몇 분 내에 최고에 도달하고 몇 시간에 걸쳐 서서히 호전되는데 평형 이상은 며칠 간 지속되기도 한다. 어지럼증 및 구역·구토가 나타나는 급성기에는 전정신경염의 치료와 비슷하게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하며, 증상의 재발방지를 위해 이뇨제 등 약물을 투여하게 된다. 박영문 기자

도움말= 김동기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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